무지개 아카이브 : 우선 책 리뷰만!

[책리뷰] 과열(Overheating) : <8> 스케일의 충돌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과열(토마스 힐란드 에릭슨 著)

[책리뷰] 과열(Overheating) : <8> 스케일의 충돌

Geronimo 2021. 8. 18. 00:31

과열(Overheating) - 폭주하는 세계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 토마스 힐린드 에릭슨(지은이) | 나눔의집

<차례>
  1. 과잉된 세계
  2. 개념 용어 사전
  3. 에너지
  4. 이동성
  5. 도시
  6. 쓰레기
  7. 정보과잉
  8. 스케일의 충돌 : 과열된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


8장 '스케일의 충돌'에서는 과열된 세계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스케일이 충돌하는 지점을 살펴보는 것임을 주장한다.

ㅇ 스케일의 충돌 개념을 이용한 현대 사회에 대한 설명
  -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은 문명의 충돌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은 확연한 문화적 차이이며, 이것은 문명들 사이의 단층(Fault Line)을 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현대 사회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 오늘날의 과열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스케일 키우기의 사례는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는 거대 기업들의 작은 행위자들 몰아내기일 것이다.
  - 일반적으로 스케일 키우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만, 반대로 지역적 유연성은 감소한다.
      ex) 플랜테이션 농장, 해상 운송의 컨테이너 시스템, 대규모 광산 산업 등
  - 큰 스케일의 표준화 시스템은 운송, 소비, 생산 등의 영역에서 기반 시설을 구축하여 세계 경제에는 이익이 될 수 있으나, 지역적 스케일은 그 과정에서 큰 스케일에 제압당하며 불이익을 경험한다.
  - 스케일의 확대는 더 높은 층위의 스케일을 위해 낮은 층위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지역의 영향력 행사를 어렵게 만든다. 또한 실재하는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고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때도 있다.
  - 지역 주민들은 큰 스케일에 압도당할 때 억울함, 분노, 위협 등을 느끼는데, 때로는 지역적인 생산, 분배, 소비활동에 기반을 둔 대안 활동을 형성하여 스스로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ㅇ 스케일의 충돌이 발생할 때, 그 비난의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하며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돌려야 하는가?
  - 우리는 경제적, 정치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스케일의 충돌은 쉽게 인식할 수 있지만, 인지적 영역에서는 그리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 이는 인지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스케일의 충돌이 개인의 경험과 생각 또는 나름대로 얻은 통계적 지식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 많은 경우 우리는 타인의 의견보다 개인의 경험을 신뢰하여 결론을 내리며, 그에 맞추어 비난의 대상을 선택한다.
  - 더불어 우리는 높은 층위의 시스템이 지역적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며, 개인 역시 거대한 시스템의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을 것이라 쉽게 결론을 내린다.
  - 그러나 오늘날 과열된 세계에서 사람들은 거대한 시스템이 지역적 삶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했으며, 관념화된 시스템(사회적 관계, 사회구조 등)의 타당성과 안정적 지속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갈등, 충돌, 불만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이중 가장 극심한 지식 체계 간의 경쟁은 관념적(또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적 지식 간에 발생하며, 대부분의 사람은 이 두 가지 인식적 스케일을 분리하거나 통합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양쪽 스케일 모두를 고려해야만 한다.
  - 과열 현상의 결과로 인식적 스케일이 충돌할 때, 더 높은 층위의 스케일 또는 시스템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역의 일반적 대응이다. 하지만 이는 때때로 기업과 정부가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며, 지역적 갈등과 지역주민의 책임에서 눈을 떼게 만드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 다중 스케일의 현대 사회에서는 온갖 유형의 비난과 탓하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대상을 특정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비난의 대상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하며, 하나의 도덕적 공동체를 형성하여 문제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ㅇ 비난과 항의를 제기할 스케일 결정
  - 과열 현상을 둘러싼 논쟁은 큰 스케일과 작은 스케일을 오가며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과열 현상을 지각한 개인이 문제의 스케일을 결정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스케일 키우기
  - 자기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강제적으로 초국가적 합의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관점.
  -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과열된 세계의 문제는 결코 국가나 지역 공동체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 이는 상위 스케일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규범이 제일 낮은 층위의 스케일에도 적용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ex) 초국적 기후회담, 무역협정 등

  2) 스케일 줄이기
  - 관념적인 실체로는 평등과 지속가능성에 필요한 일종의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 근거를 둔다.
  - 일부 학자는 작은 스케일이 큰 스케일에 비해 우월하다고 믿지만,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여러 모순과 문제는 작은 스케일의 전통 사회로 해결할 수 없다.
  - 작은 스케일의 대안적 사회는 큰 스케일의 사회 문제를 보완하거나 악영향을 줄일 수는 있어도, 더 높은 층위의 스케일을 조직하고 대체하지는 못한다.

  3) 스케일 비켜가기
  - 스케일의 충돌이 발생했을 때 어느 쪽이 높은(혹은 낮은) 스케일에 속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일종의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관점.
  - 공통의 관심사나 이념적 지향에 기반을 두고 이러한 관점이 조성된다.
      ex) 세계 원주민 회의(World Council of Indigenous Peoples; WCIP), 세계 무역기구 회의에 대한 항의로 일어난 사회운동 등

ㅇ 결론
  -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기 쉬웠다. 세계 정치는 냉전과 제국주의라는 단어로 대표되었으며, 세상은 서로 구분이 가능한 여러 문화권의 복합체로 간주되었다.
  - 그러나 20세기 후반 세계가 과열되면서 경제와 정치의 영역은 초국가적 성격을 띠게 되었으며, 세계화라는 단어는 우리와 친숙해졌다.
  - 세계화와 그 결과 발생한 여러 변화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한다.
  -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문화적 차이가 사라질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세계화는 문화적 다양성을 발전시켜 문화적 전통의 교차 지대에 거주하는 이른바 '문화적 혼성인(Cultural Creoles)'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이 과정에 필요한 것은 '듣는 능력'이며, 문화적, 정치적 경계를 넘어선 대화를 통해 우리는 상대방의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과열 현상이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그 덕분에 우리의 인식적 스케일이 확대되었고 글로벌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p.296) 문제는 변화하는 세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이에 대한 도덕적 판단, 즉 신뢰할 것인지, 비난할 것인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이다.

(p.329) 다양성이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정도로 소멸하고, 과열이 일상화된 이 세계에서 우리 모두는 처음 보는 나라에 떨어진 이방인이다. 동시에 우리 모두는 같은 운명을 짊어진 채 한 배에 탄 선원들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