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Overheating) : <4> 이동성

과열(Overheating) - 폭주하는 세계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 토마스 힐린드 에릭슨(지은이) | 나눔의집

<차례>
  1. 과잉된 세계
  2. 개념 용어 사전
  3. 에너지
  4. 이동성
  5. 도시
  6. 쓰레기
  7. 정보과잉
  8. 스케일의 충돌 : 과열된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

저자는 과열된 세계의 두 번째 특성으로 '이동성의 증가'를 꼽았다. 4장 '이동성'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상반되는 성격을 지닌 관광객과 난민에 대하여 과열의 관점에서 논의한다.

ㅇ 과열된 세계의 핵심적 특성 중 하나는 바로 이동성의 증가다.
  -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오늘날 우리 모두는 움직이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 지난 수십 년간 이동성은 다양한 형태로 증가하였으며, 국제 이주민의 수, 세계 항공 교통량, 자동차 판매 등이 증가한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 특히 산업화 사회의 시작과 함께 노동 이민은 눈에 띄게 가속화되었으며, 이와 같은 이동성은 현대 세계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ㅇ 21세기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여러 영역 가운데, 관광은 가장 독보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영역 중 하나이다.
  - 세계 에너지 사용량, 세계 인구의 증가세도 놀랍지만, 같은 기간에 국제 관광객의 수는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 현대 사회의 특징인 전문화와 다양화는 관광에도 적용되었고, 이는 관광의 영역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형태의 관광을 만들었다. 이에 관광은 모더니티의 과열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 한편 이동성의 증가, 현대적 시설의 확산, 관광지의 확대 등으로 인해 점점 신비로움이 사라지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애가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1930년대부터 관광객들은 그들이 지역 고유의 문화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걱정했으며, 최근 유럽인들은 단체 관광이 그들의 문화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 다른 관광객들이 그다지 찾지 않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안티 관광객이라는 독특한 유형의 관광객은, 오늘날 문화적 관광객(Cultural Tourist)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 지역의 고유문화와 그 명맥을 유지시켜준 것은 대체로 지역민이 아닌 이국적 문화와 전통을 음미하기 위해 돈을 내는 관광객들이었다.

ㅇ 관광산업은 밀레니엄의 전환기에 그 성격이 바뀌었다.
  - 인구학적 관점에서의 변화는 중국의 갑작스러운 성장세였다. 2011년 중국의 환전 제한 조치가 완화되자, 많은 중국인이 해외로 나가서 자유롭게 돈을 쓰게 되었다.
  - 그러나 국제 관광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관광지에서 관광객의 편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의 수가 임계점을 넘을 정도로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 과거 관광객은 기존의 지역 공동체를 찾은 방문객이었지만, 오늘날 관광객과 지역 공동체 사이의 관계는 반대가 되었다. 이로 인해 관광지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지닌 상대적 우위를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을 상업화하고 있으며, 이는 관광산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 관광산업의 성장은 역설적으로 세계적인 경제 통합,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의 이동성 증가, 심화된 불평등, 생산보다 소비에 초점을 맞춘 중산층의 문화가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관광산업은 꾸준히 영역을 넓혀왔고, 오늘날 그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 지역적 특색이 사라지게 되면서, 의도치 않은 문화적 균질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 관광산업은 대규모의 항공망과 많은 연료 소비를 바탕으로 유지되므로, 근본적으로 성장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이중구속의 속성을 지닌다. 그리고 관광지가 지역성을 잃어버린 채 관광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객체로 변하는 순간, 그 지역은 자주성과 스스로를 규정할 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 일부 지역은 현실과 타협하며 지역의 스케일을 확장시키지만, 반대로 그 과정에서 약점이 증가하고 유연성이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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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난민은 이동성을 지녔다는 점에서는 관광객과 같지만, 그 성격은 매우 다르다.
  - 난민 문제는 서로 다른 삶의 세계 간의 충돌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잔혹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 보트 난민의 실종과 죽음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지중해를 건너고자 하는 난민의 숫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 과거 지중해는 인접한 국가 간의 경계 역할을 수행했지만,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의 결과 유럽 내부의 국경이 거의 없어지면서 오늘날 지중해는 유럽과 북아프리카, 아시아 사이의 경계가 되었다.
  - 내부의 국경을 거의 없앤 유럽 연합은 그 반대로 외부 국경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난민의 유입을 막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 더불어 난민 사태는 TV, 스마트폰 등을 통해 고화질로 우리 코앞에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ㅇ 큰 스케일에서 바라보는 난민 문제
  - 시리아 내전, 이라크 전쟁 등 전쟁과 난민의 상관관계는 명백하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는 국경 문제나 외국의 정치적 개입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 오늘날 난민캠프와 난민의 행렬은 작은 스케일에서 시작된 부작용이 모인 결과이며, 그 원인은 과열 현상이 초래한 급격한 변화로 만들어진 정치적 안정성, 기회의 불균형, 전쟁, 종교적 차별, 외세의 개입과 같은 큰 스케일의 사건이다.
  - 유럽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난민 문제에 대하여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그들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의 일부만 받아들였을 뿐, 경제적 생산력이 없다고 여겨지는 이주민을 환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난민의 생명을 구하거나 난민과 관련된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난민의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가 소개했던 나비효과와 같이, 오늘날 난민의 작은 움직임은 지역적 삶과 공동체의 거대한 전환이라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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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7) 남극해 크루즈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립공원에는 코끼리 수보다 관광객의 수가 더 많다. 유럽 문화사의 특별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도시 베네치아는 그 문화의 정수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로 이미 오래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p.173) 난민들의 기다림은 시간의 희소성이야말로 가장 귀한 자원임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행위다. 그들은 모든 것을 두고 떠나왔으며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는 자신을 둘러싼 논의에 대한 권리도 없다. 그들의 시간은 비어있으며 버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