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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Overheating) : <3> 에너지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과열(토마스 힐란드 에릭슨 著)

과열(Overheating) : <3> 에너지

Geronimo 2021. 8. 9. 01:15

과열(Overheating) - 폭주하는 세계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 토마스 힐린드 에릭슨(지은이) | 나눔의집

<차례>
  1. 과잉된 세계
  2. 개념 용어 사전
  3. 에너지
  4. 이동성
  5. 도시
  6. 쓰레기
  7. 정보과잉
  8. 스케일의 충돌 : 과열된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


3장 '에너지(Energy)'에서는 과열된 세계의 특성 중 하나로 에너지의 사용량 증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ㅇ 풍부한 에너지는 오늘날 인간 생활의 여러 영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 하지만 오늘날 에너지 위기, 에너지의 불균등, 기후 변화와 같은 여러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 일부는 물질적 안전성과 인류의 번영을 위해 화석 연료의 대량 공급은 필수라고 말하며, 석탄, 가스, 석유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 또 다른 일부는 태양 에너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으로의 전환을 제시한다.
  -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과열된 세계의 지속가능성과 양립하기 어려우며, 현실 속 여러 문제와 부딪히고 있다.
  - 트라윅과 혼보그(Trawick & Hornborg)는 '천연자원의 소비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은 창조적인 과정이 아닌 물리적인 파괴 과정이다'라고 말했으며, 저서 「성장의 한계」를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 주요 천연자원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석탄과 근대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 석탄 없이 인류는 영국의 산업 혁명, 지수적인 인구 증가를 비롯한 산업화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 석탄을 사용하게 되면서 1952년 런던의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와 같은 환경 문제도 발생했지만, 석탄을 땔 때의 냄새는 유독한 동시에 번영과 발전의 냄새이기도 했다.
  - 하지만 사람들은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으며,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류의 진보에 관한 희망찬 이야기는 그 호소력을 조금씩 잃고 있다.
  - 석탄이 훌륭한 에너지원임은 틀림없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이 자원을 우리는 불과 몇 세대의 삶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환경 문제도 발생하는데도 말이다.

ㅇ 오늘날 석탄이 석유와 가스로 대체되었으니 상황은 좋아진 것일까?
  - 1880년대 유럽과 북미의 산업화된 국가의 노동자들은 에너지(석탄) 공급을 좌우할 수 있는 자신들의 힘을 투표권 등 보다 큰 권리를 확보하는 데에 사용했다.
  - 그러나 석유와 가스의 채굴은 석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적게 들기 때문에, 석탄에서 석유로의 전환은 노동 계층의 권리 주장을 가로막으며 노동자 계급의 힘이 약화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 이를 방증하듯이 대부분의 석유 매장국에서는 권력이 중앙 집권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 심지어 석탄은 오늘날에도 인기 있는 에너지원이며, 석탄, 가스의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처럼 20세기 중반 이후 석탄의 소비량 또한 증가하고 있다.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성장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이중구속
  - 채굴기업은 근시안적 관점으로 단기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환경주의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가정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
  - 기업은 장기적 계획과 함께 채굴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장의 수요 역시 꾸준히 존재한다.
  - 채굴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유연성을 떨어뜨렸고, 기업들은 망하기에는 너무 거대해졌다(Too big too fail).
  - 따라서 탄소 배출이 없는 사회로의 전환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 많은 학자는 화석 연료의 고갈을 예측하지만, 최근 극지방의 석유 발견, 셰일 오일이나 석탄층 가스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화석 연료가 발견되고 있다. 이에 화석 연료의 고갈보다는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를 먼저 걱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환경 문제는 중요하지만, 자원 채굴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과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세계의 에너지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부족하다. 그리고 우리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관심이 많지만, 여전히 화석 연료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ㅇ 에너지와 인간 삶의 상관관계
  - 레슬리 화이트(Lesile White)는 에너지 사용과 문화 발전 사이에 직접적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문화 발전의 척도로 인구 밀도의 증가, 노동 분화, 기술 정교화를 제시했다.
  -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화이트의 이론은 다소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우며, 일부 연구에서는 만족스러운 삶과 에너지 사용량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 '과열'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 논의는, 우리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환경적 프로세스의 원동력으로서의 에너지의 역할을 강조한다.
  - 화석 연료의 가격이 유동적이라는 점, 환경적인 부작용 등을 염려하여 부유한 국가들은 대안적 에너지 자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은 오히려 에너지를 얻을 방법이 제한적(에너지 접근권의 불평등)이라는 사실을 걱정하고 있다.

ㅇ 에너지가 풍부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스케일의 충돌
  - 빗물 저장용 탱크, 태양광 패널 등을 사용하며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는 개인이 존재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일상생활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 전기 소비를 최소화하는 대안적 공동체는 작은 스케일에서 에너지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나, 이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스케일을 키울 방법이 없다.
  - 즉, 작은 스케일의 대안적 녹색운동 공동체는 큰 스케일에 어떤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 국가적, 국제적 정치의 영역과 같은 높은 층위에서는 스케일의 충돌이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정치인들은 지속가능한 성장, 기후 문제 등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높은 성장률과 경제성장을 옹호하고 있다.
  - 노르웨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성장을 위해 석유를 캐는 한편,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해외 투자와 개발 지원을 하는 이중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 이는 오늘날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경제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얼마나 벗어나기 어려운 이중구속인지를 방증한다.
  - 지난 200년간 진보와 발전은 에너지의 사용량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며, 변화를 위한 시스템적 개선은 현재의 단기적인 피드백 순환 구조와 맞지 않는다. 이에 사람들은 사회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그들이 접하기 쉬운 일에 우선순위를 두며, 저에너지 또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

ㅇ 에너지가 부족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스케일의 충돌
  -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간 에너지 사용량의 차이는 매우 크다.
  - 대부분의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에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근대화가 불완전한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해당 지역에서 나타나는 에너지의 불평등한 공급 현상은 단기적 스케일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 수요 예측 실패의 결과이다.
  - 전력 공급이 부족한 일부 국가에서는 전력 제한 조치(Loadshedding)를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해당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생산성 저하는 물론이거니와 국민이 근대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에도 지장을 주었다.
  - 오늘날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들은 더 많은 에너지를 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들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에, 미래의 에너지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ㅇ 그렇다면 오늘날 과열된 세계에서 해답은 존재하는가?
  -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현재의 세계가 생태학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가능성은 적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지금의 에너지 소비 패턴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 에너지 소비와 지속가능성 사이의 이중구속은 현대 문명이 처한 중대한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 환경 철학가 글렌 알브레히트(Glen Albrecht)는 환경의 변화가 초래한 개인의 정신적 고통을 칭하는 용어 '솔라스텔지어(Solastalgia)'를 제안했으며, 이는 지구적 층위의 스케일과 개인적 층위의 스케일이 함께 녹아있다.
  - 스케일의 충돌이 잦아지자 사람들은 누구를 비난을 해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묻고 있지만, 그 해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p.91) 우리는 1800년 이후 세계 인구가 7배 증가하는 동안 에너지 사용량은 무려 28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구 증가 그래프는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대부분 증가속도가 더뎌졌지만, 에너지 사용량 증가 곡선은 수그러들 낌새도 없이 끝없이 상승하고 있다.

(p.117)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 감축이라는 목표는 스케일의 층위상 높은 곳에 현존하는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과는 맞지 않을 것이다. 1975년에서 2012년 사이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2배로 증가했다. 바꿔 말하면 UN과 전 세계의 정책입안자들과 학자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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