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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 : <6> 두 번 사는 소녀(다비드 라게르크란츠 著)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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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 : <6> 두 번 사는 소녀(다비드 라게르크란츠 著)

Geronimo 2021. 3. 27. 04:12

 

밀레니엄 시리즈 - 6. 두 번 사는 소녀 |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지은이) | 문학동네

<밀레니엄 시리즈>
  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3권까지 스티그 라르손이 집필, 4권부터는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집필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
  5.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6. 두 번 사는 소녀
 

밀레니엄 시리즈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시리즈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 |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지은이) | 문학동네 <밀레니엄 시리즈> 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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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 - <5>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시리즈 - 5.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지은이) | 문학동네 <밀레니엄 시리즈> 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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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밀레니엄 시리즈의 마지막인 6권 「두 번 사는 소녀」에 대한 글이다. 매력적인 캐릭터 미카엘과 리스베트에 대한 애정 때문에 6권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 애정이 없었다면 5권을 끝으로 시리즈에 대한 관심은 진작 끊어졌을 것이다.

6권의 도입부는 리스베트가 쌍둥이 동생인 카밀라를 제거하기 위한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이 스토리는 싱겁게 끝난다. 책의 후반부를 위한 여지를 남겨둔 것일까 아니면 인간적인 리스베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을까?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6권의 도입부는 소위 있으나 마나 한 부분이다.

6권의 핵심 스토리는 5권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와 마찬가지로 2가지다. 에베레스트 사건 그리고 리스베트와 카밀라의 갈등을 다루는 사건. 첫 스토리는 법의학자 프레드리카 뉘만과 기자 카트린 린도스가 이끌어간다.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의 미카엘은 6권에서도 관찰자이자 존재감 없는 기자 역할이다. 사건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점은 모두 법의학자가 제시하며, 미카엘은 단지 그 질문들을 듣는다. 매력적이고 능청스럽고 한 가지에 집착하는 미카엘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스티그 라르손이 묘사했던 미카엘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미카엘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리스베트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것이 기자 미카엘의 참모습이었던가? 이에 장단이라도 맞춘 듯 리스베트는 유전학 지식을 살라첸코 사건과 관련하여 단시간에 습득한 걸로 기술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전개를 끼워 맞추기 위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는 이전 작품부터 리스베트를 만능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모든 것이 가능한 전지적 인물 리스베트! 어색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더해 파울리나 뮐러와 토마스 뮐러의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걸까? 여자를 증오한 남자를 증오하는 리스베트라는 캐릭터를 6권에서도 유지하기 위해서일까? 6권의 흐름과 동떨어진 파울리나의 스토리를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었다.

6권은 약 420페이지의 분량인데, 300페이지에 가까워져도 에베레스트 사건과 리스베트&카밀라 사건은 마무리되지 않는다. 이는 약 120페이지의 분량으로 에베레스트 사건도 마무리해야 하고,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가지고 온 리스베트와 카밀라 사이의 갈등도 해결해야 하고, 전체 밀레니엄 시리즈도 끝을 맺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이게 가능한 걸까?

한편 에베레스트 스토리는 법의학자 프레드리카 뉘만과 경찰청의 얀 부블란스키가 조사하면서 사건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려간다. 그러나 책의 후반부에서 법의학자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으며, 국방부 장관 요하네스 포르셀과 영국 외교관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처럼 에베레스트 스토리가 어정쩡하게 마무리되는 것이었다면, 리스베트와 카밀라의 스토리에 조금 더 많은 분량을 투자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하물며 6권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에베레스트 스토리는 밀레니엄 시리즈의 전반적인 흐름과도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는 리스베트와 카밀라의 스토리가 절정을 향해 달려갈 때 에베레스트 사건의 결말을 거의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데,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스토리가 섞여서 전개되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앞서 염려했던 것처럼 리스베트와 카밀라의 대결은 4권부터 뿌렸던 떡밥에 비해 그 마무리가 너무나 엉성했다. 작가가 냉정하게만 보였던 자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으나, 오픈 결말로 마무리되면서 6권 자체가 이도 저도 아닌 내용이 되어버렸다. 5권을 읽고 나서 6권은 기대감보다 일종의 의무감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생각을 조금도 바꾸지 못한 채 6권이 마무리되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일반적으로 신간이 나오면 같이 언급되는 추천사를 믿지 않는 편인데, 6권을 다 읽고 난 후 책의 뒤표지에 나열된 여러 명사의 추천사를 보니 이러한 생각은 더더욱 강해졌다.


<짧은 감상평>

흡입력 있는 내용으로 시작된 밀레니엄 시리즈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며 용두사미 성격의 마무리를 맞이했다. 이런 스토리를 예상했더라면 밀레니엄 시리즈를 다시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3권까지 읽었던 좋은 기억만 남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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