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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다비드 라게르크란츠 著) 본문

기록하고 싶은 '문학'/유럽소설

밀레니엄 시리즈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다비드 라게르크란츠 著)

Geronimo 2021. 3. 23. 02:42

 

밀레니엄 시리즈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 |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지은이) | 문학동네

<밀레니엄 시리즈>

  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3권까지 스티그 라르손이 집필, 4권부터는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집필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
  5.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6. 두 번 사는 소녀


밀레니엄 시리즈가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재출간되었다. 1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부터 3권 「벌집을 발로 찬 소녀」까지의 분량은 '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나,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이 사망한 이후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불투명했기에 '뿔' 출판사에서 기존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거나 판권을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문학동네'에서는 새로운 책 디자인을 포함해 하드 커버(!)로 밀레니엄 시리즈 전체 6부작을 출간하였다. 소장하기에는 하드 커버가 더 좋지만, 표지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뿔' 출판사의 것이 조금 더 책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문학동네'의 디자인은 조금 평이하다고나 할까... 밋밋한 느낌도 없지 않다.

시리즈의 가장 큰 변화는 작가가 교체(또는 변경)된 것이다. 3권까지 탈고한 후 사망한 스티그 라르손의 뒤를 이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David Lagercrantz)가 밀레니엄 시리즈를 이어갈 공식 작가로 지정되었다. 지정되었다는 말의 어감이 조금 이상한데, 사실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는 스티그 라르손의 아버지와 동생에게 고용되었다. 본래 4권은 스티그 라르손과 그의 애인 에바 가브리엘손이 공동 집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티그 라르손의 사망 이후 이 미완성 4권에 대한 내용은 에바 가브리엘손이 가지고 있다. (추측컨대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이전 밀레니엄 시리즈의 판권을 가지고 있던 스티그 라르손의 아버지와 동생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를 밀레니엄 시리즈를 이어갈 새로운 작가로 지정하며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스티그 라르손이 처음에 구상했던 4권과는 내용이 다르겠지만, 미카엘과 리스베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쓴 새로운 4권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우선 새로운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시리즈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음을 느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중압감이 작가에게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리즈 이전 작품들에 비해 분량이 줄어든 것은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수 있다. 작가가 전반적인 스토리를 포함해 캐릭터의 성격까지 구성하고 상상했던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했던 내용과 인물들을 가지고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스티그 라르손은 밀레니엄 시리즈를 전체 10부작으로 구성했었는데,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이를 6부작으로 마무리했다는 사실 또한 그가 새로운 스토리를 전개함에 있어 어려움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이다.

작가가 바뀐 탓에 1~3권에서 언급된 내용이 4권에서 다시 나오기도 한다. 3권 이후 4권이 나오기까지 어느 정도 공백이 있었기에, 이전 작품을 읽지 않았거나 주인공들과 관련된 내용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는 독자를 위한 일종의 배려로 보인다. 한편 4권에서도 미카엘, 리스베트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4권은 1~3권과 다른 느낌의 소설로 바뀐듯한 느낌이 든다. 더불어 시리즈의 이전 작품에서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주도적인 움직임이 이야기를 이끌어갔는데, 4권에서는 이 2명의 비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뛰어난 컴퓨터 공학자인 프란스 발데르와 그의 아들 아우구스트에 대한 내용이 스토리 전개의 큰 물줄기를 이루고,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조연 역할이라고나 할까?

물론 리스베트가 4권에서도 중요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3권의 흐름과 캐릭터의 성격에 빗대어 보았을 때, 사고에 의도적으로 관여하거나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리스베트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스토리의 또 다른 축인 미카엘은 이번 4권에서 사건을 관찰하다가 결국 좋은 정보를 얻어 기사를 쓰는 역할에 한정되어 있다.

한편 시리즈의 이전 작품에서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한 번씩 언급되었던 리스베트의 동생 카밀라가 4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4권에서는 카밀라의 존재감이 미카엘, 리스베트 그리고 아우구스트에 비해 옅지만, 리스베트와 카밀라 사이의 갈등이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4권은 이에 대한 떡밥을 던지고 다소 싱겁게 마무리된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시리즈의 이전 작품과 달리 스토리의 흐름도 다소 뻔한 느낌이 없지 않다. 이전 작품에서 맛볼 수 있었던 반전 혹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 없이 물 흐르듯 평이하게 스토리가 이어진다. 더불어 해커라는 리스베트의 설정을 조금 더 살리기 위해 4권에서는 NSA,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등 최신 IT 기술이 언급되어 있는데, 정작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최신 기술들은 스토리의 전개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리스베트의 능력은 이전 3권까지의 내용에서 충분히 증명되었고, 위와 같은 최신 기술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이전 작품에서는 충분히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결국 4권에 대해 아쉬운 이야기만 쓰고 말았다. 1~3권을 재미있게 읽었던 만큼 기대 또한 컸던지라, 이런 실망감은 감출 수 없었다. 영화 분야에는 '원작만한 속편이 없다'는 말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밀레니엄 시리즈에도 동일한 말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그만큼 아쉬움만 남은 4권이었다. 


<짧은 감상평>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이야기를 다시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고생했다! 하지만 이전 밀레니엄 시리즈만큼의 재미와 몰입감은 느낄 수 없었다.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등장하는 새로운 액션/스릴러 소설, 일종의 번외편으로도 느껴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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