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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 : <5>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다비드 라게르크란츠 著) 본문

기록하고 싶은 '문학'/유럽소설

밀레니엄 시리즈 : <5>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다비드 라게르크란츠 著)

Geronimo 2021. 3. 25. 01:07

밀레니엄 시리즈 - 5.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지은이) | 문학동네

<밀레니엄 시리즈>
  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3권까지 스티그 라르손이 집필, 4권부터는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집필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
  5.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6. 두 번 사는 소녀
 

밀레니엄 시리즈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시리즈 - 4. 거미줄에 걸린 소녀 |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지은이) | 문학동네 <밀레니엄 시리즈> 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3권

arco1ris.tistory.com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시작으로 새롭게 밀레니엄 시리즈가 전개되고 있다. 지난 4권에서 받은 실망감이 컸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인 미카엘과 리스베트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대한 흥미 때문에 5권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도 읽게 되었다(소장 욕심 때문에 이미 읽은 1~3권을 포함해 시리즈 전체를 구입한 것은 비밀.)

5권은 쌍둥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다. 4권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는 리스베트, 카밀라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핵심 주제로 삼아 남은 시리즈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주제를 조금 더 펼치기 위해, 5권에서는 쌍둥이 소재를 스토리 전개의 도구로써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권은 크게 두 개의 스토리가 있다. 하나는 레오 만헤이메르와 댄 브로디의 스토리, 나머지 하나는 파리아 카지와 그의 남자친구 자말 초두리의 스토리. 전자의 스토리는 리스베트, 카밀라 자매의 과거와 연결되고, 책의 뒤표지에서 암시했듯이 리스베트의 등에 새겨진 용 문신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쌍둥이지만 상반된 성격을 지닌 리스베트와 카밀라, 이 자매의 차이를 개연성 있게 풀어내기 위해 레오와 댄의 스토리가 5권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리스베트의 과거에서 영감을 받아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집필했지만, 이와 관련된 스토리가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

후자의 스토리는 파리아가 중심이 되어 이슬람 문화에 대해서 언급한다. 나름대로의 스토리 구성은 있지만, 파리아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증오하는 리스베트를 결부시키기 위해 일부러 넣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스토리 자체가 그다지 흡입력도 없고,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정도이다. 작가가 유랑민 입양 그리고 이슬람 전통문화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언급하며 '오늘날 사회의 갈등을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까?'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야기를 꺼낸 것 치고 작가의 관점이 묻어난 것도 아니고 치밀하게 비판하는 것 또한 느껴지지 않는 뜨뜻미지근한 내용이었다.

5권에서도 리스베트는 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과거 리스베트의 후견인이었던 홀게르 팔름그렌의 죽음이 일종의 동기가 되었다. 그녀가 정신분석학자 라켈 그레이츠를 추적하는 모습은, 시리즈 2권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 아버지 살라첸코를 추적했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한 리스베트의 분노가 2권과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작가가 달라져서인지 추적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가 조금 긴장감 없이 흘러가는 느낌이다.

4권 리뷰에서도 언급했었는데, 이번 5권에서도 미카엘은 소위 쩌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카엘이 사건과 관련하여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전달하는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미카엘의 존재감은 점차 옅어지고 있으며, 특히 미카엘과 말린, 에리카 사이의 소동은 작가의 억지로 느껴지기도 한다. 스티그 라르손이 묘사한 미카엘은 적어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시리즈의 지난 작품에서 스톡홀름 검찰청 및 경찰청에 소속된 인물들은 핵심적인 조연이었으나, 이번 5권에서는 단순한 엑스트라로 전락했다.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 수사팀이 나오기도 한다. 5권에서만 등장하는 인물들이 독백 또는 설명 형식으로 자신의 배경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굳이 수사팀이 다시 짚을 필요가 있었을까? 작가가 분량을 늘리려고 한 것인지 의심될 정도로, 수사팀 인물들은 이 책에서 뜬금없이 등장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었다.

5권의 끝에서는 레오와 댄의 스토리가 마무리되고, 스웨덴 주식 시장의 붕괴가 복선처럼 언급되어 있다. 동쪽 트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다음 6권에서는 카밀라가 이끄는 해킹 그룹에 대한 스토리가 나올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6권으로 밀레니엄 시리즈가 마무리되기에 5권에서는 조금 더 압축적이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가 진행되기를 희망했었지만, 시리즈 이전 작품에 비해 얇아진 5권의 분량이 책의 재미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짧은 감상평>

얇아진 책의 두께만큼 재미 그리고 이야기의 흡입력도 감소했다. 밀레니엄 시리즈라는 이름만 달고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등장하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설이다. 즉 스티그 라르손이 쓴 밀레니엄과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쓴 밀레니엄은 전혀 다른 시리즈다. 6권은 기대감보다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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