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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Homo Deus) : 종합 감상평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호모 데우스(유발 하라리 著)

호모 데우스(Homo Deus) : 종합 감상평

Geronimo 2021. 8. 2. 22:19

호모 데우스(Homo Deus) - 미래의 역사 | 유발 하라리(지은이) | 김영사

<목차>
프롤로그 : 1) 인류의 새로운 의제

제1부 :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 인류세
  3) 인간의 광휘
제2부 :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4) 스토리텔러
  5) 뜻밖의 한 쌍
  6) 근대의 계약
  7) 인본주의 혁명
제3부 :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8) 실험실의 시한폭탄
  9) 중대한 분리
  10) 의식의 바다
  11) 데이터교


「호모 데우스」는 인문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평가되는 「사피엔스」의 후속작 성격이 강한 유발 하라리의 책이다. 2015년 히브리어로 처음 출간되었고, 2017년 5월 한국에 정식 번역 및 출간되었다. 약 4년이 지났지만 「호모 데우스」는 아직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데, 아무래도 유발 하라리만의 이야기 전개 방식 그리고 책 속에서 사용된 논리의 명확함이 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참고로 라틴어로 호모(Homo)는 인류 또는 인간, 데우스(Deus)는 신을 뜻한다.

전작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주된 이유를 설명했다면, 「호모 데우스」는 지구를 지배한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책의 부제는 '미래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omorrow)'인데, 과거의 사건과 지금까지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얘기하고자 하는 이번 책의 내용을 적절히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단, 저자가 본문에서 강조했듯이, 책의 내용은 미래에 대한 '예언서'가 아닌 '가능성'을 다룬다.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1장 '인류의 새로운 의제'에서, 저자는 인류가 장차 해결할 필요가 있거나 고려해야 할 여러 사안을 다룬다. 저자는 기아, 역병, 전쟁이 인류가 20세기 초까지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과제였지만, 사회적/정치적 시스템의 발달과 현대 과학의 발전 등에 힘입어 오늘날에는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문제가 되었음을 지적한다. 기아, 역병, 전쟁 과제를 일정 부분 해결한 지금, 인류는 과거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현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그리고 미래의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은 불멸, 행복, 신성의 획득이라 저자는 주장한다. 이 세 가지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種)을 벗어나 책의 제목인 호모 데우스로 진화 또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 저자는 예상한다.

2장 '인류세'와 3장 '인간의 광휘'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경위를 추적한다. 본래 인류와 다른 동물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며 인류와 동물 사이의 관계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인간이 더 우월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 많은 사람이 언급하는 영혼, 의식적인 마음, 자의식 등의 존재가 과학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단지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개념이라 주장한다. 더불어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서 특별한 종이 된 이유로 여럿이 유연하게 소통하여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으며, 이 대규모 협력의 바탕에는 상호주관적 실재에 대한 공통된 믿음이 있음을 지적한다.

4장 '스토리텔러'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대규모 협력을 끌어낸 상호주관적 실재에 대하여 여러 가지 역사적 사례(문자, 돈, 종교, 국가 등)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전 작품인 「사피엔스」에서도 다룬 내용이기에, 아마 「사피엔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2장부터 4장까지의 내용은 크게 새롭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5장 '뜻밖의 한쌍'은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상호주관적 실재 중 하나인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하여 다룬다. 종교를 초자연 또는 신에 대한 믿음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저자는 종교가 사실상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대규모 협력을 조직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임을 지적한다. 더불어 특정 분야 또는 특정 부분에서는 종교와 과학이 충돌할 수 있지만, 저자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종교와 과학이 사실상 별개의 분야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임을 지적한다.

6장 '근대의 계약'에서는 근대 이후 과학과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인류가 힘을 계속 키워왔지만, 그 반대급부로 인류가 삶의 의미를 조금씩 잃어버렸음을 언급한다. 인류는 능력이 되는 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전통적으로 신의 뜻 또는 의지로 해석되던 것들이 사라지며 인류는 무의미한 삶 속에서 존재론적 불안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자유의지가 최고의 권위임을 강조하는 인본주의가 오늘날 하나의 종교로써 자리 잡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었음을 7장 '인본주의 혁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자유주의가 인본주의 종교전쟁에서 승리하여 오늘날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인본주의가 강조하는 자유의지의 존재와 의미가 의심받는 순간 자유주의 역시 위기를 마주할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자유 인본주의의 붕괴 가능성과 그 여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과학이 인본주의가 강조했던 자유의지의 존재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인간의 가치는 낮아져 대다수의 잉여 계급을 만들 수 있으며, 인간은 거대한 시스템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인본주의가 붕괴하는 경우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종교로 책의 10장에서 기술 인본주의를, 그리고 11장에서 데이터교를 언급한다. 인간의 마음을 업그레이드하여 새로운 종의 인간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기술 인본주의는, 그 과정에서 결국 마음을 잃게 되어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강조하는 데이터교에서도, 인간은 거대한 시스템의 칩이자 데이터의 흐름 속 잔물결이 되어 그 의미를 잃을 수 있다. 즉, 기술 인본주의와 데이터교에서 인간은 그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라 저자는 예상한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은 점점 신에 가까운 능력을 얻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신의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그리고 적절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끔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흐름과 추세를 거부해야 하는 것일까? 이전보다 편해 보이고 효율적인 길이 보이는데, 이것을 거부하는 것 또한 우리의 본능 또는 본성과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과거의 경험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역사를 활용하여 미래의 모습을 예상해봄으로써, 우리는 미래에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미리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를 통해 있음직한 미래의 방향성 그리고 미래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간이라는 종(種)의 의미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믿었던 신화들이 신기술과 짝을 이루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의 이야기와 주장은 철학적, 과학적 바탕을 두고 있기에, 논리를 전개함에 있어 과감한 비약이나 모순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유발 하라리의 책이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읽는 데에 큰 무리는 없었다. 유발 하라리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 소위 스토리텔링이 나쁘지 않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다소 어려운 주제임은 분명하지만,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하는 것 또한 능력임이 틀림없다. 다만 2장부터 4장까지의 내용은 「사피엔스」와 겹쳐서, 템포나 흥미가 약간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다만 「사피엔스」에서 이어진 질문에 대한 답이 이번 책 「호모 데우스」이기에, 해당 내용은 글의 흐름상 포함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책의 중후반부에서는 이야기가 곁다리로 빠지지 않고 밀도 있게 진행되는 부분 역시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전에 없었던 새로운 기술의 발견과 그 개발 과정을 목격하고 있으며, 우리의 다음 세대는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인류가 기술을 활용하여 천국을 건설할까 아니면 지옥을 건설할까? 이 갈림길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미래의 인류가 아닌, 역사의 목격자이자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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