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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물질의 물리학 : <5> 빛도 물질이다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물질의 물리학(한정훈 著)

[책리뷰] 물질의 물리학 : <5> 빛도 물질이다

Geronimo 2021. 4. 17. 02:58

물질의 물리학 -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 한정훈(지은이) | 김영사


5장 '빛도 물질이다'는 빛에 대한 관찰 그리고 양자역학에서 중요한 슈뢰딩거 방정식이 등장하기까지의 역사적 흐름이 기술되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물질의 이중성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지 모르지만, 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괜히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

ㅇ 빛은 물질인가?
  - 과거에는 빛의 세계와 원자의 세계가 따로 나누어져 있으며, 두 세계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더불어 빛은 상자에 담아서 운반을 못 하기에 물질이 아니라는 관점이 강했다.
  - 물질은 입자 또는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빛이 물질인가?'라는 질문은 '빛이 입자인가?'라는 질문과 궤를 같이한다. 20세기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빛도 입자라는 자각에 도달했고, 이를 바탕으로 입자와 물질에 대한 양자역학이 발전하였다.

ㅇ 빛에 대한 최초의 올바른 이해
  - 1845년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전자기 유도 현상을 통해 전기장과 자기장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 1864년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은 전기적, 자기적 현상을 몇 개의 방정식으로 서술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오늘날 맥스웰 방정식으로 불리는 이 식은 물결이나 음파의 거동을 묘사하는 파동 방정식과 같은 형태로 쓰였다.
  - 더불어 전자기파의 진행 속력은 당시 알려진 빛의 속력과 매우 비슷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맥스웰은 '자성과 빛은 본질적으로 같은 현상이며, 빛은 전자기장이 요동쳐서 생긴 파동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 이는 과학자들이 당시 별개의 존재로 간주했던 전기장, 자기장, 빛이 사실은 같은 대상의 서로 다른 측면임을 뜻하며, 맥스웰의 이론은 빛이 물질이 아닌 파동의 한 형태라는 이해의 시작점이 되었다.

ㅇ 빛도 입자다!
  - 흑체복사(Blackbody radiation) 문제를 연구하던 플랑크(Max Planck)는 1900년 흑체로부터 복사된 빛이 갖는 엔트로피에 대한 방정식을 기술했다. 플랑크가 유도한 함수는 기존의 실험 그래프와 비슷한 형태를 띠었다. 그리고 상수를 적당하게 조절하면 실험 결과와 일치하는 그래프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 상수를 오늘날 우리는 '플랑크 상수 \( \hbar \)'라 일컫는다.
  - 이후 플랑크는 위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인 모델 만들기에 착수하였는데, 그는 어떤 진동자의 에너지가 \( \hbar f \)의 정수배(양자화된 형태)로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흑체복사의 실험 결과를 잘 설명할 수 있음을 보였다.
  - 1905년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광전효과를 다룬 논문에서, 플랑크가 말했던 진동자가 곧 빛이라는 해석을 내비쳤다. 그리고 약 10년 후 실험물리학자 밀리컨(Robert A. Millikan)이 아인슈타인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검증함으로써, 빛이 양자화된 에너지 덩어리라는 개념은 과학적 상식이 되었다.


ㅇ 파동의 물질성 그리고 물질의 파동성
  - 아인슈타인은 물체의 에너지가 다음과 같은 식으로 주어짐을 증명하였다.

\( E = c \sqrt{(mc)^{2} + p_{x}^{2} + p_{y}^{2} + p_{z}^{2}} \)

- 특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빛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질량이 없으므로, 빛의 경우 위 식은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쓸 수 있다.

 \( E = cp \)

  - 즉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새로운 역학 체계에서는 질량이 더 이상 입자의 절대적인 속성이 아니다. 더불어 뉴턴역학에서는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량이 \( p = mv \) 로 정의되는데, 아인슈타인의 체계에서는 질량이 없는 입자도 에너지와 운동량을 가진다는 차이점이 있다.  
- 빛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의 식을 정리하면 다음을 얻을 수 있다.

  \(E = cp = \hbar f = c\hbar / \lambda \)

 \( \lambda p = \hbar \)

  - 여기서 \( p \) 는 운동량으로, 뉴턴 역학이 등장한 이래 줄곧 입자의 속성으로 간주되는 양이었다. 반면 파장 \( \lambda \)는 전형적인 파동의 특성이다. 위 식은 파동과 입자의 특성이 빛에 모두 존재하며, 동일한 속성을 표현하는 서로 다른 언어임을 의미한다.
  - 아인슈타인이 위 식을 파동으로부터 입자의 속성을 유추하기 위한 도구로써 이해했다면, 1923년 드브로이(Louis de Broglie)는 거꾸로 입자성 속에 있는 파동의 특성을 유추하는 도구로 위의 식을 해석하였다. 만약 드브로이의 관점이 옳다면, 즉 입자의 거동을 파동의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입자의 운동 역시 파동 방정식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 1926년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는 드브로이의 제안을 발전시켜 새로운 종류의 파동방정식을 발표하였고, 오늘날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불리는 이 식을 해석함으로써 우리는 원자를 비롯한 양자 물질을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ㅇ 원자와 빛의 상호작용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업적
  -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빛에 대해 인류가 가지고 있던 인식이 바뀌는 데에 기여했다. 당시에는 원자와 광자의 상호작용 관계를 묘사하는 이론적 모델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원자와 빛이 미시적 세계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 1913년 보어(Niels Bohr)는 원자와 빛의 상호작용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주장하였는데, 과거 플랑크가 가정했던 것과 비슷하게 보어는 원자핵을 둘러싼 전자의 각운동량이 양자화되어 있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보어의 모델은 수소 기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 1916년 아인슈타인은 보어의 원자 모델이 수소 원자뿐 아니라 일반적인 원자나 분자에도 적용 가능함을 보였다. 해당 논문에는 자극 방출(Stimulated emission) 원리가 언급되어 있는데, 이 원리는 20세기 후반 레이저의 발달과 레이저를 기반으로 한 무수한 과학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 또한 아인슈타인은 보손 원자의 모임이 절대 영도 근방에서 기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로 자발적인 전이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하였는데, 오늘날 이 현상은 '보스-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ion; BEC)'이라 불린다. 1995년 코넬(Eric Cornell)과 위먼(Carl Wieman)은 루비듐 가스를 절대 영도 근방까지 낮춤으로써 BEC 과정을 관측했다.


5장은 물질의 이중성에 관한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의 일반 물리학에서 다루는 내용으로 알고 있는데, 물리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어서 전반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수월하다. 이야기의 전개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식만 등장할뿐더러 복잡한 방정식도 등장하지 않기에, 지레 겁을 먹지 않아도 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5장에서는 양자화의 개념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이 가정했던 광자의 에너지 그리고 보어가 제안했던 원자 모델의 핵심은 양자화였다.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이 책은 물리현상에서 나타나는 여러 양자화된 숫자를 설명하고 있기에 양자화의 개념 역시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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