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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물질의 물리학 : <6> 양자 홀 물질 & <7> 그래핀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물질의 물리학(한정훈 著)

[책리뷰] 물질의 물리학 : <6> 양자 홀 물질 & <7> 그래핀

Geronimo 2021. 4. 18. 07:04

물질의 물리학 -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 한정훈(지은이) | 김영사


6장 '양자 홀 물질'에서는 홀 현상의 양자화, 7장 '그래핀'에서는 2차원 금속 물질인 그래핀의 분리 과정 및 그래핀에서 나타나는 양자 홀 효과를 다루고 있다. 


ㅇ 자기장이 전류에 미치는 영향
  - 자기장이 전자의 운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는 19세기 중반까지 부족했다.
  - 전류가 흐르는 도선에 자석을 갖다 대면 도선이 살짝 휘어졌는데, 맥스웰은 1873년 그의 저서를 통해 이 현상을 자기장의 영향으로 도선 자체가 휘어지는 것으로 이해했다.
  - 하지만 당시에는 로렌츠 힘(1895년), 전자의 존재(1897년) 등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이라기보다는 현상을 서술할 도구가 부족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 홀(Edwin Hall)은 자기장이 도선이 아닌 전류 그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였고, 전류가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전선의 저항이 커질 것으로 생각하였다. 1879년 홀은 실험을 통해 자기장의 영향으로 결과적으로 휘게 된 전류를 측정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는 그의 업적을 기려 홀 전류(Hall current)라 불린다. 그리고 당연히 홀 전류의 크기는 자석의 세기에 비례한다.

ㅇ 2차원 금속 물질의 발명
  - 1950년대까지 과학자들은 금, 은, 구리와 같은 3차원 금속 물질을 다루었다.
  - 1959년 미국 벨 연구소의 아탈라(Martin Atalla)와 강대원은 MOSFET(Metal-Oxide-Silicon Field Effect Transistor)로 불리는 반도체 접합 구조를 개발하였다.
  - MOSFET는 반도체인 실리콘(Si)과 절연체인 실리콘 산화물(SiO2)을 샌드위치처럼 쌓아올린 구조인데, 전자는 두 절연체 사이에서 마치 갇힌 것처럼 운동한다(전자가 양자역학적 효과로 인해 갇혀 있다는 의미에서 '양자 우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즉 MOSFET의 개발을 통해 과학자들은 2차원 금속 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클리칭의 우연한 발견과 사울레스의 양자화 작업
  -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클리칭(Klaus von Klitzing)은 강한 자석과 정교한 2차원 양자 우물 금속을 이용하여 홀 저항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 자기장의 세기를 키워나가자 홀 저항은 비례 관계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구간에서 일정한 값을 가지고 다시 증가하는 패턴을 반복하였다. 이는 홀 평지(Hall plateau) 현상이라 불린다.
  - 클리칭이 발견한 홀 평지 현상은 홀 저항 값이 25,812Ω일 때, 또는 그 1/2 지점, 또는 그 1/3 지점이었다. 한편, 25,812 이라는 숫자는 \( \hbar / e^{2} \) 값과 놀랍게도 일치했다(이 때 \( \hbar \)는 플랑크 상수, \( e \)는 전자 하나의 전하량.)
  - 사울레스(David Thouless)는 홀 현상이 \(e^{2} / \hbar \) 의 정수배 지점에서 나타나는 것임을 파악하였고, 이는 전자들이 모인 전자계 물질의 성질도 꼬임수를 이용하여 양자화할 수 있다는 것을 사울레스가 증명한 것을 의미한다.
  - 한편 사울레스가 유도했던 공식은 1946년 위상수학자 천(Shiing-Shen Chern)이 발견했던 '천 숫자(Chern number)'로 알려진 표현과 동일하다는 것이 1980년대 수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위상수학에서 오랜 시간 통용되던 숫자가 이론물리학자의 세계에서 재발견되었으며, 이는 큰 틀에서 위상수학과 양자 물질의 만남을 의미했다.

ㅇ 1차원, 2차원 물질의 발견과 양자 홀 효과
  - 현대의 물질 과학은 20세기 후반 물질이 3차원이라는 편견을 극복했다.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물질은 모두 3차원이나, 우리는 실험실과 공장 등에서 2차원 또는 1차원 물질을 합성할 수 있다. 낮은 차원의 물질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하여, 특별한 제약이 없으면 3차원 물질로 바뀌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 1차원 탄소 구조물인 탄소 나노튜브(Carbon nanotube)는 인간이 제대로 만든 세계 최초의 1차원 물질이다. 과학자 이이지마(Sumio Iijima)가 1991년 논문을 통해 나노튜브의 존재를 보고했으며, 전자는 나노튜브 안에서 한 방향 운동 밖에 할 수 없다.
  - 자연스럽게 2차원 탄소 구조물인 그래핀(Graphene)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흑연이 바로 그래핀이 차곡차곡 층상 구조로 쌓인 물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흑연으로부터 그래핀을 분리하는 방법 또는 별도로 그래핀을 합성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 가임(Andre Geim)과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는 연필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다소 엉뚱하지만 단순한 과정을 통해 그래핀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그래핀을 성공적으로 분리한 공로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 또한 양자 홀 효과가 그래핀에서도 관측되었는데, 클리칭의 실험과 달리 그래핀의 홀 저항은 1/2, 3/2, 5/3 과 같은 반정수 값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는 그래핀 속의 전자가 육각형의 벌집 격자 위에서 움직인다는 조건의 영향으로 상대론적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 질화붕소 한 장과 그래핀 한 장을 겹쳤을 때 나타나는 무아레(Moiré) 구조에서도 양자 홀 효과는 나타나는데, 이 때 평범한 양자 홀 효과 대신 '호프스테터 나비(Hofstadter butterfly)'로 알려진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호프스테터(Douglas Hofstadter)는 자기장의 영향 아래 고체에 편재하는 전자의 에너지 구조를 연구했으며, 이른바 프랙탈(Fractal) 구조라 불리는 이 구조를 그림으로 그리면 한 마리의 나비와 유사하여 '호프스테터 나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책의 절반을 넘어선 6장부터는 조금 생소한 개념과 내용이 등장한다. 필자가 대학에서 수강했던 물리학 수업에서도 들어보지 않았던(아니면 공부했으나 이미 잊어버린) 것들이어서,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른 부분들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읽었다.

6장에는 에드윈 홀이 실험을 통해 홀 전류를 측정하는 과정을 비롯해 클리칭이 홀 평지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진행했던 실험 과정이 상세하게 쓰여 있다.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고 있는 물리현상의 양자화를 홀 평지 현상에서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으며, 저자의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사울레스가 이 작업을 진행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랍지만, 사울레스의 작업이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던 위상수학과 연결된다는 것을 읽고 난 후에는 한 번 더 놀랐다. 개인적으로 응용수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위상수학은 대학생 시절 조금 기피했었는데, 과거에 위상수학의 묘미를 조금 더 맛보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7장은 1차원, 2차원 금속 물질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2차원 탄소 구조물인 그래핀에 많은 공간이 할애되어 있는데, 책에도 나와 있듯이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물리학계가 오랫동안 난제로 간주하던 그래핀의 분리를 아주 쉬운 방법으로 해결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단순한 문제도 어렵게 보인다는 세상의 이치가 여기에도 적용되었나 보다.

6장과 7장의 내용은 이전 장에서 다루는 내용보다 조금 심오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물리학 개념보다는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룬지만,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저자가 개념, 인과관계 그리고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글을 읽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특히 7장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같이 어우러져 있으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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