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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물질의 물리학 : <8> 양자 자석 & <9> 위상 물질 시대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물질의 물리학(한정훈 著)

[책리뷰] 물질의 물리학 : <8> 양자 자석 & <9> 위상 물질 시대

Geronimo 2021. 4. 20. 19:35

물질의 물리학 -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 한정훈(지은이) | 김영사


8장 '양자 자석'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자석의 원리와 위상 자석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있으며, 이 책의 마지막인 9장 '위상 물질 시대'에서는 비금속(절연체)의 새로운 분류법과 위상수학적 특성을 지닌 새로운 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ㅇ 자석의 원리
  - 20세기 초반 양자역학이 발견되기 전까지, 자석의 본질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 파울리의 배타 원리 때문에 한 오비탈 내에 들어있는 전자는 각각 다른 스핀 값을 가지고, 이로 인해 물질이 평균적으로 갖는 자성은 0에 가깝다.
  - 어떤 물질이 자석이라는 뜻은 이 균형이 깨져있음을 의미하며, 본래 자석이 아닌 물질도 강력한 자석을 이용해 자화시키면 미약하게나마 자석으로 만들 수 있다.
  -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 중성자, 양성자 자체도 약한 자석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석이라고 부르는 물질은 종종 그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자체가 자석인 경우다.

ㅇ 자석의 활용
  - 1938년 블로흐(Felix Bloch)와 앨버레즈(Luis Alvarez)는 중성자 자석의 세기를 측정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그들은 교류 자기장의 주기가 특정한 값을 가지면 중성자 자석의 방향이 격렬하게 바뀌는 것을 관찰하였고, 양자역학 공식을 이용하여 중성자 자석의 세기를 계산했다.
  - 그 후 블로흐는 원자핵 자체의 자성 측정을 시도했으며, 그와 스탠퍼드의 연구진은 기존의 측정 방법을 개선하여 핵자기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 NMR) 기술을 개발했다. 핵자기공명 기술은 미약한 자석 간의 상호작용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였으며, 블로흐가 제안한 방정식을 활용하면 물질에 대한 정보까지 알 수 있었다.
  - 라우터버(Paul Lauterbur)와 맨스필드(Peter Mansfield)는 기존의 자기공명 장치를 개선하여 전자기파가 발생한 위치까지 추적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 MRI) 장치를 만들었다. 오늘날 자기공명영상 장치는 생명체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의료 기기로 활용되고 있다.
  - 자석은 정보를 기록하고 추출하는 장치(카세트테이프, 플로피디스크 등)로써도 쓰였다. 페르(Albert Fert)와 그륀베르크(Peter Gruenberg)는 독립적으로 거대 자기저항(Giant Magnetoresistance ; GMR) 원리를 발견하였는데, 전자의 스핀 방향에 따라 전자가 금속을 따라 움직이는 유동성이 변화하는 거대 자기저항 원리는 하드 디스크의 집적도를 높이는 데에 활용되었다.
  - 망간과 실리콘을 섞어 만든 자성체 MnSi는 나선 자석인데, 자기장 값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나선 모양으로 회전하던 스핀 구조가 스커미온(Skyrmion) 구조로 바뀐다. 이는 과거 스컴이 예측했던 구조이며, 스커미온 구조의 위상수학적 숫자 또한 계산할 수 있다. 페르는 스커미온을 새로운 자성체 기억소자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흥미로운 제안을 내비쳤다. 만약 스커미온 기반의 위상 자석을 활용하여 자기 정보 장치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기억장치의 사이즈를 크게 줄일 수 있다.


ㅇ 위상 부도체의 발견
  - 2000년대 중반 발견된 위상 부도체(또는 위상 절연체)는 '속은 부도체인데 껍질은 금속'인 물질이다. 위상 부도체의 금속 껍질층을 벗겨내어도 새로 드러난 껍질이 대신 금속성을 띄며, 껍질을 계속 벗겨내어도 부도체를 둘러싼 금속 막은 사라지지 않는다. 물리학자들은 위상 부도체의 위와 같은 성질을 '위상수학적 보호'라는 특성에서 찾았다.
  - 무라카미(Murakami Shuichi)-나가오사(Naoto Nagaosa)-장서우청(Shou-Cheng Zhang) 3인방은 '스핀 홀 효과(Spin Hall effect), 즉 같은 스핀 값을 가진 전자끼리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기존의 홀 효과가 얇은 금속 물질에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었을 때 관측되는 반면, 스핀 홀 효과는 자기장이 없어도 전자의 스핀에 따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전류가 흘렀다. 추후 스핀 홀 효과는 수학의 군 이론(Group theory)과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ㅇ 물질의 새로운 분류법
  - 2005년 케인(Charles L. Kane)은 그래핀에서 '양자 스핀 홀 효과(Qyantum spin Hall effect)'가 관측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전자계를 묘사하던 기존의 양자 홀 숫자(천 숫자)와 달리, 그는 양자 스핀 홀 물질을 위상 물질로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위상숫자를 발견하였는데, 이는 물질의 상태를 0과 1로 구분하는 새로운 분류법의 탄생을 의미했다.
  - 케인과 푸(Liang Fu)는 3차원 물질계에서 비스무트 90%, 안티모니 10%를 섞어 합성한 물질이 위상 절연체임임을 주장했다. 이는 금속과 비금속으로 물질을 나누던 기존의 분류법이 충분하지 않으며, 비금속은 위상 절연체와 일반 절연체로 나뉠 수 있음을 의미했다.

ㅇ 상대론적 금속
  - 1928년 디랙(Paul Dirac)은 음의 에너지를 갖는 수학적 상태가 사실 반입자(anti-particle)가 양의 에너지를 갖는 상태라는 신선한 해석을 시도했다.
  - 1932년 최초의 반입자인 반전자가 발견되었고, 차츰 기본 입자에는 그와 쌍을 이루는 반입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론적/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반입자를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입자와 반입자가 서로 만나면 빛에너지를 방출하며 함께 소멸하기 때문이다.
  - 그래핀의 발견 이후, 물리학자들은 상대성이론을 구현하는 전자계가 있는 3차원 물질, 즉 디랙 물질(Dirac material)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3차원 위상 절연체가 있는 곳 부근에서 디랙 물질을 찾아냈다.
  - 케인과 푸는 비스무트 성분이 97% 미만, 안티모니 성분이 3% 이상일 때, 이 둘을 합성하면 위상 절연체가 될 것이라 예상하였다. 비스무트의 성분이 97%를 넘어가면 이 합금은 평범한 절연체가 된다. 그리고 비스무트-안티모니를 경계선인 97:3의 비율로 섞어 합성하면, 이 물질은 디랙 금속이 된다. 반대로 위상 절연체는 디랙 물질을 조금만 변형시키면 만들 수 있었다.
  - 일반적인 금속과 달리 디랙 금속에 자기장을 걸면 오히려 저항이 줄어들어 전류가 더 잘 흐르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홀 효과의 반대.)
  - 디랙 물질을 조금 변형하면 바일 물질(Weyl material)을 얻을 수 있는데, 바일 물질은 디랙 물질을 2개로 쪼갠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2010년 일부 물리학자들은 어떤 특정한 물질에서는 디랙 물질 대신 바일 물질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7장부터 시작해 책의 후반부는 저자의 연구 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저자의 이야기는 물론 최근 연구 트렌드도 일부 파악할 수 있다. 중간중간 내용을 정리하며 놓치는 부분 없이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책의 후반부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 단순히 '음...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조금 강했는데, 책의 끝이 보여서 집중력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너무 생소한 분야여서 머리가 쫓아가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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