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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총, 균, 쇠 : <15> 대륙 간 불균형 이론과 원주민들이 낙후된 원인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著)

[책리뷰] 총, 균, 쇠 : <15> 대륙 간 불균형 이론과 원주민들이 낙후된 원인

Geronimo 2021. 10. 1. 06:14

ㅇ 제목 :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 -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ㅇ 지은이 :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ㅇ 출판사 : 문학사상


<차례>
1부 :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
  1장. 문명이 싹트기 직전의 세계 상황
  2장. 환경 차이가 다양화를 빚어낸 모델 폴리네시아
  3장.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힘의 원천

2부 : 식량 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
  4장. 식량 생산의 기원
  5장. 인류 역사가 갈라놓은 유산자와 무산자
  6장. 식량 생산민과 수렵 채집민의 경쟁력 차이
  7장. 야생 먹거리의 작물화
  8장. 작물화하는 데 적합한 식물의 식별과 성패의 원인
  9장. 선택된 가축화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10장. 대륙의 축으로 돈 역사의 수레바퀴

3부 :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
  11장.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라는 사악한 선물
  12장. 식량 생산 창시와 문자 고안과의 관계
  13장.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
  14장. 평등주의부터 도둑 정치까지

4부 :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 과제와 방향
  15장. 대륙 간 불균형 이론과 원주민들이 낙후된 원인
  16장. 동아시아의 운명과 중국 문화의 확산
  17장. 동아시아와 태평양 민족의 충돌
  18장. 남북아메리카가 유라시아보다 낙후됐던 원인
  19장. 아프리카는 왜 흑인 천지가 됐는가


15장 '대륙 간 불균형 이론과 원주민들이 낙후된 원인'에서는 옛날에 하나의 대륙으로 붙어 있었던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기니 섬의 역사를 고찰한다. 2부와 3부에서 살펴본 내용들을 통해, 뉴기니인들이 대부분 식량 생산자가 되었는데도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계속 수렵 채집민으로 남아 있었던 이유를 확인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인간 사회의 대륙 간 불균형에 대한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 오스트레일리아는 가장 건조하고, 작고, 척박한 대륙이며, 동시에 기후도 다양하지만 생태학적으로는 가장 빈약하다.
  - 그리도 모든 대륙을 통틀어 가장 특이한 인간 사회가 존재했으며, 인구도 가장 적고, 유럽인들이 맨 나중에 들어온 대륙이다.
  - 심지어 근대에 와서도 모든 원주민이 농경, 목축, 문자, 국가와 같은 문명의 특징을 갖추지 못한 채 살았던 유일한 대륙이었다.
  - 지난 1만 3천 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축적된 문화적 변화는 다른 대륙보다 미미했지만, 4만 년 전만 하더라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사회는 석기를 갈아서 사용하고 배를 만드는 등 다른 인간 사회보다 출발이 빨랐다.
  - 그렇다면 왜 오스트레일리아가 유럽을 정복하지 못하고 그 반대 상황이 발생하였을까? 심지어 인접한 뉴기니의 원주민들은 진보했지만(물론 유라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원주민만큼은 아니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그러지 못했을까?
  - 대부분의 사람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이른바 '후진성'을 원주민 자체의 결함으로부터 찾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ㅇ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의 환경적 차이
  -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에는 적어도 4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동남아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여러 섬을 거쳐 이주해왔다.
  - 하지만 홍적세 때에도 동남아시아에서 그레이터 오스트레일리아로 넘어가려면 여러 개의 해협을 통과해야 했으며, 그 결과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는 아시아 사회로부터 동일하게 유래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격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격리로 인해 발생한 차이점은 언어, 유전자, 형질 인류학적 특징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더불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뉴기인들도 유전자, 외모, 언어 등의 측면에서 서로 달라졌다.
  - 두 지역의 사람들은 각자 자기 환경에 적응하였으며, 환경적 차이로 인해 두 지역의 문화사도 판이해졌다.


ㅇ 그레이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일찍, 집약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인구 밀도가 높았던 곳은 뉴기니의 고지대 지역이었다.
  - 그들은 사탕수수, 잎줄기채소, 바나나 등의 야생 식물 종을 작물화하여 농업을 시작하였다.
  - 약 3600년 전 동남아시아 지역을 거쳐 닭과 돼지가 들어왔고, 불과 몇 세기 전 남아메리카 원산의 고구마도 뉴기니에 들어왔다.
  - 고지대 농업이 발달하고 고구마도 들어오게 되면서 뉴기니의 인구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나, 뉴기니의 생활은 원시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1. 토착적 식량 생산은 시작되었으나, 단백질이 부족했다.
      2. 고지대의 면적이 좁다.
      3. 집약적으로 식량 생산이 가능한 지역은 해발 1,200~2,700m 사이의 중간 저산대 뿐이었다.
  - 이에 뉴기니 고지대 지역의 인구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뉴기니의 원주민들은 다른 지역과 같은 기술, 문자, 정치체제 등을 발전시킬 수 없었다.
  - 심지어 그나마 적은 인구조차도 협곡, 밀림과 같은 험준한 지형 때문에 분열되어 있었고, 무리 사회 혹은 촌락 간의 전쟁도 끊이지 않아 뉴기니는 정치적으로 심하게 분열되어 있었다.
  - 뉴기니의 발전을 저해한 또 다른 요인은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다른 지역으로부터 기술과 아이디어가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ㅇ 뉴기니에 비해 땅덩어리가 큰 오스트레일리아는 뉴기니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 인류가 이주하면서 가축화의 후보종이었던 대형 유대류가 멸종하였고, 그 결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가축화할 만한 토종 포유류가 남아 있지 않았다.
  - 더불어 가장 건조하고 척박한 대륙인 동시에, 엘니뇨 남방 진동 현상 때문에 연중 기후가 불규칙하여 농업도 시작되지 못했다.
  - 일부 참마 종류와 타로토란 등을 재배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작물화할 수 있는 야생식물이 희박했다.
  - 이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환경에 적응하여 유랑 생활, 수렵 채집 생활, 부지깽이 농법 등을 발전시켰고, 다양한 야생 먹거리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체제를 발전시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동남부의 머리달링강 유역, 동부 및 북부 해안, 서남부 끝부분 등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다습하고 생산적인 지역에서 생활했으며, 소철류의 독을 걸러내거나 발효시켜 먹을 수 있는 기술, 민물 장어 양식장, 야생 기장의 씨앗을 수확하는 기술 등을 발전시켜 먹거리를 장만했다.
  - 먹거리를 장만하는 방법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도구들도 함께 생겨나기 시작했다.

ㅇ 그럼에도 오스트레일리아는 복잡한 사회를 만들지 못했다.
  - 원주민들은 계속 수렵 채집민으로 남아 있었고, 불규칙한 기후 때문에 수렵 채집민의 인구도 큰 폭으로 증가하지 못했다.
  - 무리 사회 간의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상호작용이 뜸했다.
  - 이에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전체 또는 지역적으로 기술이 퇴보하거나 물질문화가 단순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ex) 부메랑의 사용, 송곳이나 바늘 같은 골기가 사라짐 등
  - 인도네시아 지역의 문화와 기술이 가끔 전해지기도 했지만, 유랑형 수렵 채집민이었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 방식에 맞는 것만을 받아들였다.
  - 뉴기니 사회의 문화와 기술은 뉴기니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사이의 여러 섬을 거치며 약화되거나 그 중요성이 점차 감소하였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희석된 뉴기니의 문물을 보았음에도 결국 농업, 돼지 등을 도입하지 않았다.
  - 물론 조가비로 만든 낚싯바늘과 아웃트리거 등 뉴기니의 문화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인류의 문화와 기술이 전달되는 데에 지리적 환경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사례가 입증한다.

ㅇ 그리하여 유럽인들은 뉴기니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식민지화할 수 있었다.
  - 유럽인들은 기술, 문자, 정치제도, 총 등을 활용하여 뉴기니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 말라리아를 비롯한 열대성 질병과 유럽의 농작물, 가축, 식생활에 적합한 환경이나 기후를 가진 지역이 없어서 1880년대까지 유럽인들의 뉴기니 정착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 결과 뉴기니 동부(오늘날의 파푸아 뉴기니)는 뉴기니인들이 차지하고 다스리고 있다.
  - 반면 유럽의 총기, 병원균, 쇠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을 제거하는 데에 큰 역할을 수행했고, 생산성이 높거나 토지가 비옥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부 지역은 유럽인들의 식량 생산 및 정착에 적합했다.
  - 뉴기니와 달리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유럽인들의 정착을 방해할 만한 심각한 질병이 없었고, 유럽인들이 원주민들을 사살하고 질병으로 죽게 만들면서 원주민 사회를 제거할 수 있었다.
  - 결국 영국의 백인 이주민들은 유라시아에서 1만 년에 걸쳐 이루어진 발전의 산물을 이용하여 오스트레일리아를 식민지화할 수 있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환경적 특징 때문에 원주민들은 유럽을 정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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