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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옌롄커 著) 감상평

Geronimo 2021. 8. 21. 10:47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옌롄커(閻連科)(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


작가 옌롄커(閻連科)의 이름을 접하게 된 것은 자주 사용하는 인터넷 서점의 푸쉬 광고로부터였다. 광고는 그의 신작 「일광유년」이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알림이었는데, 신간과 작가 소개를 조금 살펴보면서 옌롄커라는 작가에게 조금 흥미가 생겼다. 중국에서 위화와 함께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도 알고 나니,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끝도 없이 올라갔다.

그러나 들어보지 못한 작가의 책을 섣불리 구매했다가 후회하게 될 것을 걱정해서, 근처 도서관에서 그의 작품을 먼저 한 권 읽어보기로 했다. 국내에는 옌롄커의 여러 작품이 출간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제목이 조금 독특해 보였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골랐다. 인민이라는 다소 적대감이 드는 단어와 함께, 표지의 오묘함은 이 책을 다른 책보다 먼저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주인공 우다왕은 사단장의 집에서 취사를 전문으로 맡은 고참 공무분대장이다. 그는 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며,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는 것을 임무 수행의 원칙으로 삼았으며, 사단장의 가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의 의지를 다졌다. 사단장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약 2달간 자리를 비우게 되자, 사단 군병원 간호사 출신이자 사단장의 후처인 류롄은 우다왕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책의 제목과 같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일종의 신호가 되어, 우다왕과 류롄은 허락되지 않은 격정적인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읽고 나면, 왜 이 책이 중국에서 금서 조치를 받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부분이 사전 검열을 당해 삭제되었음에도 향후 출판,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금(禁) 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배경이 문화대혁명 시기의 군대라는 점 그리고 마오쩌둥의 정치 슬로건이었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문구를 희화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의 행복보다 혁명의 대의와 사회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팻말은, 이 작품에서 남녀 사이의 은밀한 시그널에 지나지 않는다. 마오쩌둥의 문구, 기록, 흉상 등이 파괴되는 장면 역시 중국에게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우다왕은 류롄을 향한 순수한 욕망과 그녀를 통한 출세 사이에서 고민하고, 류롄은 사단장의 아내로서 누릴 수 있는 화려한 생활과 우다왕과의 순수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강압적이고 딱딱해 보이는 문화대혁명의 분위기 아래에서, 그동안 통제되고 억압되어 있었던 인간의 본성이 나타나는 장면이 대비되어 더욱 자극적으로 보인다. 물론 옌롄커가 우다왕과 류롄의 관계를 다소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책에서 묘사했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격정적인 관계를 이어가며 미래를 걱정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극히 보편적이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기에, 우다왕과 류롄의 감정과 갈등이 더욱 와닿는 것 같다.

우다왕과 류롄의 격정적인 관계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 덕분에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고,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어서 한달음에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접하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기분 전환이 되었고, 중국에 대한 부분적인 비판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 담겨 있는 것 같아 옌롄커의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짧은 감상평>
문화대혁명 시기에 허락되지 않은 관계를 시작하는 두 남녀의 모습과 심정이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단순한 멜로 성격의 소설일 수도 있지만, 시대적 배경과 상반되어서 두 사람의 감정이 더욱 순수해 보이고 애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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