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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著) 본문

기록하고 싶은 '문학'/일본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著)

Geronimo 2021. 8. 6. 22:39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지은이) | 현암사


지난번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고 나서, 그의 소설을 다시 한번 구입하게 되었다. 현암사에서 친절하게 하드 커버로 총 14권의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을 출간해주었기에, 기회와 여력이 된다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모두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조금 생긴 것이 사실이다. 시작으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작품이자, 현암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골랐다. 나쓰메 소세키는 본래 1905년 1월 하이쿠 잡지 ≪호토토기스(ホトトギス)≫에 단편 소설로 1회분만 기고했으나,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1906년 8월까지 총 11회분을 잡지에 연재했었다. 약 1년 반에 걸쳐 만들어 낸 나쓰메 소세키의 결정체가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편집되어 있다.

제목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다. 이에 부합하듯이 소설은 철저히 고양이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이름도 없고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이 평범한 고양이가 진노 구샤미의 집에 살게 되면서, 고양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진노 구샤미 가족들의 생활 그리고 주변 인물과의 사건이 소설의 주된 내용을 이룬다.

고양이는 사건과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는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어쭙잖은 말을 내뱉거나 웃긴 상황에 봉착하는 인물들을 비판적으로 보기도 한다. 다소 어리숙한 진노 구샤미와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보자면, 오히려 고양이가 더 이성적인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물이 들어 있는 커다란 독에 빠져 허우적대며 허무하게 죽음을 마주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자면, 고양이의 삶도 우리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고 잠깐이나마 생각했다.

이전에 보았던 「마음」과 비교했을 때, 600쪽에 가까운 소설의 분량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더불어 소설에 극적인 장면이나 분위기의 역변이 없어서 다소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큰 임팩트가 없어서 실망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작품이라는 사실과 독특하게 고양이가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잔잔하고 평이하지만 동시에 비판적인 작가의 태도가 담겨 있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은 것은 결코 후회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짧은 감상평>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채 철저히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이고 자부심이 넘쳐흐른다. 주인공인 고양이를 통해 드러난 여러 풍자와 해학은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있는 요소이다. 한편 고양이가 본 세상과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쓴웃음이 나고 심지어 슬프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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