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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나쓰메 소세키 著) 본문

기록하고 싶은 '문학'/일본소설

마음(나쓰메 소세키 著)

Geronimo 2021. 4. 27. 01:50

마음 | 나쓰메 소세키(지은이) | 현암사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책이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이름은 한두 번 들어보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무심코 책장을 살펴봤을 때, 소장하고 있는 일본 작가의 책은 대부분 추리소설이었다. 익숙한 것에는 손이 잘 가지만, 낯선 것에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은 책에도 적용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국내 여러 출판사에서 「마음」을 번역하여 책을 출간하였지만, 그중 현암사에서 출판된 책을 골랐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양장본이라는 사실에 더해서, 다른 출판사의 책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현암사의 디자인이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소설과 별개로 나쓰메 소세키의 사진과 연보가 책에 포함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나쓰메 소세키가 쓴 소설이기에, 「마음」은 고전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 같다. 고전이 주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나에게도 있었을까? 아무래도 평이하거나 특별한 반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강했다. 물론 지금은 그런 고정관념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마음」에서 중요한 인물은 세 명이다. 주인공인 동시에 이야기를 전개하는 '나', 주인공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인물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 'K'다. 책은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번째 장은 '나'와 '선생님'의 이야기, 두 번째 장은 '나'의 아버님이 위독해 고향에 내려갔을 때의 이야기, 마지막 세 번째 장은 '선생님'이 '나'에게 편지로 고백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나'가 바라보고 느끼는 '선생님'은 한없이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다. '나'는 존경하는 '선생님'의 사소한 부분이나 생각을 알고 싶지만, '선생님'은 질문을 적당히 회피하면서 '나'와 밀접한 관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아 보인다. 자신의 아내에게조차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선생님'의 모습은, 마치 세상에서 스스로 고립된 존재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중반까지의 이야기는 '나'의 관점에서 전개되지만,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가면 소설의 주인공은 '선생님'으로 바뀐다. 편지로 전해지는 '선생님'의 독백은, 왜 '선생님'이 그런 태도를 보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선생님'의 마음에 자리 잡은 상처의 깊이와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다른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은 '선생님'이, 나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다소 모순되는 상황에서 갈등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려는 이기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을 다 읽고 나면 '선생님'이 처한 상황이 공감되는 것과 동시에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추리소설에서 등장하는 치밀한 심리 묘사나 정교한 트릭이 「마음」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아의 갈등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계속 고민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오히려 담담하고 담백하게 표현되어 있어 묵직함이 느껴졌다. 장황한 미사여구나 명언이 있었다면, 오히려 글의 흐름과 '선생님'의 마음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 같다. 더불어 300페이지도 되지 않는 한정된 공간 속에, 인간의 심리와 자아의 갈등을 함축적으로 묘사한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에게 놀랐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풍이나, 일본 문학사에서 그가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지는 잘 모른다. 이제 한 작품만 읽었을 뿐이지만,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왜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인이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지, 왜 1,000엔 지폐에 그의 인물화가 들어가 있었는지, 그리고 왜 여러 사람이 그의 문학을 이해하고 음미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짧은 감상평>
'선생님'이 마음에 품고 있었던 상처와 고민이 담백하게 쓰여 있다. 오히려 너무 담담한 '선생님'의 태도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거나 빠른 흐름으로 진행되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만큼은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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