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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사의 서막 : 종합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대서사의 서막(주명철 著)

대서사의 서막 : 종합

Geronimo 2021. 3. 18.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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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사 10부작 : 1. 대서사의 서막 -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주명철(지은이) | 여문책

<차례>

  01. '앙시앵레짐'이란 무엇인가
  02.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03. 루이 16세 즉위부터 전국신분회 소집까지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 <1> 대서사의 서막_1

책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솔직하게 밝히고 넘어가려 한다. 필자는 해당 책을 2017년 여름에 구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추측컨대 2017년 당시 어떠한 필요 또는 관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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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사 10부작 - <1> 대서사의 서막_2

지난 글에 이어 주명철 교수의 '대서사의 서막' 2부를 읽고 글을 쓴다. 1부는 앙시앵레짐, 즉 프랑스혁명 이전 구체제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지리/정치/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본 내용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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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사 10부작 - <1> 대서사의 서막_3

1권의 마지막인 3부에 대한 글이다. 전국 신분회가 열린 배경과 그 과정이 자세히 서술된 부분이며,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제3신분의 자세와 의식이 변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3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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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주제였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재학 당시 세계사를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었고, 단순하게만 알고 있던 프랑스혁명을 책으로 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 있었다. 이 책 그리고 10부작 전체를 다 읽는다고 해서 프랑스혁명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도 아니기에 중간에 그만두는 것을 생각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1권을 읽고 나서는 적어도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물론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을 다 읽는 과정의 1/10만 완수한 것이지만 말이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의 명예교수인 주명철 교수가 쓴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의 그 시작을 알리는 1권 '대서사의 서막 -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를 읽고 전반적인 평을 남긴다. 1권에서 저자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앙시앵레짐(구체제)을 살펴보며, 혁명의 첫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1789년 전국 신분회 소집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1부에서 앙시앵레짐을 구체적으로 지리, 정치,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는데, 저자가 이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어 그 인과관계와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었다. 봉건제도에서 시작해 태양왕 루이 14세 시절 정점에 달하는 절대군주정 그리고 그 절대군주정의 모습이 점차 옅어지는 모습 또한 살펴볼 수 있다. 계몽사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겠지만, 군주 스스로(특히 루이 15세)가 절대군주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행동과 태도를 취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절대군주정이 조금씩 의심받게 된 이유로 느껴지기도 한다.

할아버지 루이 15세의 뒤를 이어 루이 16세가 왕위에 올랐지만, 꽃길만 걷고 싶던 그의 앞날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국가의 재정은 적자 상태를 극복하지 못했고, 영원할 것만 같던 절대군주의 이미지는 고등법원의 저항 앞에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새로운 세금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특권층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왕의 의지에 저항했다. 어느 시대에서나 고통받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하층민들이 빵 값 때문에 폭동까지 벌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금 제도에 호의적인 태도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세금과 관련된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신분회 소집이 촉구되었고, 그 과정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특권층의 태도는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한편 지금까지 웅크린 자세로 침묵하고 있었으나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위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는 제3신분의 의식 변화가 책의 후반부에 기술되어 있다. 특히 시에예스 신부가 쓴 책 「제3신분은 무엇인가?」는 제3신분이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종의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권층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전국 신분회를 지금까지 의견을 제대로 낼 수 없었던 제3신분의 의지와 뜻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그의 주장이, 당사자인 제3신분 사람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아니었고 의견 역시 무시당했던 제3신분의 변화를, 종교인과 귀족을 비롯한 특권층은 인식하지 못했을까? 물론 그들은 인식하지 못했기에 오늘날 혁명이라 불리는 큰 변화를 직접 마주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필자에게 프랑스혁명은 바스티유 감옥 정복 사건 그리고 이 시민혁명이 민주주의의 시초가 되었다는 전형적인 수박 겉핥기 식의 지식만 있었다. 하지만 1권을 읽고 나서 프랑스혁명 이전 프랑스의 상황이 어떠했고, 제3신분의 목소리와 의지가 커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면서 프랑스혁명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쌓을 수 있었다. 책 중간중간 언급되는 여러 인용글을 통해 그 당시의 사람들 혹은 후대 역사가들이 어떻게 상황을 바라보았는지 알 수 있었고, 이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글의 분위기를 완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혼인 과정,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추가된 축성식에 관한 내용은 정보 전달보다는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의도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더불어 글 전반적으로 저자의 관점과 시선이 짙게 깔려있음을 느꼈다. 앙시앵레짐 때문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 전국 신분회를 삼부회로 해석하는 학계에 대한 언급 그리고 왕권에 저항하는 고등법원의 태도에 대한 관점 등을 포함해 글의 많은 곳에서 프랑스혁명을 바라보는 저자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물론 1권을 읽은 시점에서는 저자의 관점에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모든 역사서가 그렇듯이 이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과거의 사건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하며, '무조건 이것만이 옳다'는 것보다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다'는 생각이 필자의 의식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체적인 글의 편집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장의 흐름이 중간중간 끊기는 부분이 있고, 저자 또한 한정된 지면 속에서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다 보니 방향성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구간이 일부 나타난다. 그러나 1권에서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으니 필자의 작은 불평으로만 남겨둔다. 국내 학자가 프랑스혁명을 자세하게 서술해 일반인이 읽을 수 있는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복에 겨운 일이다.

저자가 총 10부작 구성으로 프랑스혁명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상당히 긴 호흡으로 내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권이 프랑스혁명의 배경을 이해하는 역할로써는 충분했다고 판단되며, 이후의 내용을 통해 프랑스혁명의 구체적인 과정을 이해함과 동시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프랑스혁명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물론 10부작 전체를 다 읽는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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