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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사의 서막 : <3> 루이 16세 즉위부터 전국신분회 소집까지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대서사의 서막(주명철 著)

대서사의 서막 : <3> 루이 16세 즉위부터 전국신분회 소집까지

Geronimo 2021. 3. 1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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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마지막인 3부에 대한 글이다. 전국 신분회가 열린 배경과 그 과정이 자세히 서술된 부분이며,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제3신분의 자세와 의식이 변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3부 이후 책의 뒷부분에는 절대왕정 시기 왕정이 종교적 행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축성식의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글의 흐름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어서 그 내용을 옮기지는 않았다.

<차례>
  01. '앙시앵레짐'이란 무엇인가

  02.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03. 루이 16세 즉위부터 전국신분회 소집까지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 <1> 대서사의 서막_1

책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솔직하게 밝히고 넘어가려 한다. 필자는 해당 책을 2017년 여름에 구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추측컨대 2017년 당시 어떠한 필요 또는 관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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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사 10부작 - <1> 대서사의 서막_2

지난 글에 이어 주명철 교수의 '대서사의 서막' 2부를 읽고 글을 쓴다. 1부는 앙시앵레짐, 즉 프랑스혁명 이전 구체제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지리/정치/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본 내용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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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루이 16세는 1774년 다시 고등법원을 소환했다.
  - 루이 15세 시기 고등법원은 조례 심판권, 등기권, 상소권 등의 권한을 바탕으로 왕권에 저항했으나, 1771년 모푸의 개혁 이후 그 힘을 잃었다.
  - 루이 16세가 다시 고등법원을 소환한 후, 그들의 힘은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왕권을 견제하는 세력이었기에 왕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데에 방해가 되었다.
  - 국가재정의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세제를 확립하려 할 때에도, 고등법원은 왕국의 기본법을 앞세우며 제동을 걸었다.
  - 과거에는 고등법원이 전제정으로 흐르는 왕정에 저항하다가 박해를 당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고등법원이 집단 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오히려 절대왕정의 근대화를 방해했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ㅇ 프랑스는 아메리카 독립전쟁에 관여하게 되면서, 국가의 재정적자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 루이 16세는 에스파냐, 오스트리아와 맺은 동맹관계를 유지하며, 가능한 영토확장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 그러나 7년 전쟁의 상대였던 영국에게 설욕하는 것은 물론 영국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프랑스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메리카의 독립전쟁을 지원하게 되었다.
  - 재무총감 튀르고는 프랑스의 약한 군사력, 재정상의 문제, 이후 유럽 열강과 식민지 사이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프랑스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 방법을 권고했으나, 그가 해임된 후 외무대신 베르젠은 물자와 돈을 아메리카로 보내며 독립전쟁을 지원했다.
  - 이로 인해 루이 16세 즉위 당시부터 염려스러웠던 국가의 재정적자는 더 커지게 되었다.

ㅇ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재무총감 칼론은 토지세를 신설하기로 마음 먹었으나, 이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 칼론은 새로운 세금 도입을 향한 고등법원의 반발을 예상하고, 명사회를 소집해 명사들의 동의를 얻으려고 했다.
  - 모든 세금 제도는 항상 취약 계층인 평민의 부담을 늘리기에, 루이 16세는 명사회에서 신분과 관계없이 엄격한 분배의 정의를 적용하여 세금을 걷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하지만 명사회는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왕의 의견에 반대하여 토지세 신설에 반대했다.
  - 명사회가 새로운 세금의 도입을 회피하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는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예전부터 왕에게 저항하던 파리 고등법원은 새로운 인지세법은 물론 토지세 신설에 대해 거부하며 다시 한번 왕에게 저항하였고, 왕은 법관들을 귀양 보내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애썼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 왕은 전원법정을 설치하는 법을 포함해 권한을 앞세워 칙령을 강제 등록했고, 고등법원을 비롯한 하위 법원과 강제 칙령 등록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각 지역에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ㅇ 한편 도피네 지방에서는 지방 신분회가 부활했다.
  - 이들은 전통적으로 신분회가 세금의 신설에 대한 찬반투표를 할 권리를 주장하며, 전국 신분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 칼론의 뒤를 이어 재무총감이 된 브리엔은 마찬가지로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1789년 5월 11일에 전국 신분회를 소집하기로 발표하며 항복했다.

ㅇ 파리 고등법원은 1789년에 열릴 전국신분회가 1614년과 같은 수와 형식을 취할 것임을 발표했다.
  - 전체 인구의 약 98%를 차지하는 제3신분은 제1신분/제2신분의 대표수만큼 대표수를 늘리거나, 신분별이 아닌 개인별 투표 방식의 도입 등 신분제 한도 안에서 그들의 몫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 하지만 명사회와 귀족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제3신분의 요구를 거절했다.
  - 이러한 모습을 보고 제3신분의 사람들은 특권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도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했고, 조금씩 이들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 루이 16세는 제3신분의 대표수를 2배로 늘려주었지만, 신분별 투표나 개인별 투표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놓지 않아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되지 않았다.
  - 기존의 투표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대표수가 늘어나도 제3신분에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지만, 그들이 목소리를 내어 무언가 하나를 얻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ㅇ 인쇄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의사소통 방식이 다양해져 여론의 형성에 대중의 역할은 컸으며, 그중 시에예스 신부의 저작인 「제3신분은 무엇인가?」는 제3신분의 역할을 강조했다.
  - 그는 「특권론」에서 명예, 돈을 독점하는 특권층을 궁정의 기생충에 비유하며, 귀족과 특권계급을 비판함과 동시에 그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주장했다.
  - 「1789년 프랑스 대표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실행 방안 고찰」에서는 전국신분회의 입법권을 강조하며, 전국 신분회가 대의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상설기구로서 일종의 국민의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제3신분은 무엇인가?」에서 시에예스는 사회란 '구성원의 경제활동으로 지탱됨과 동시에 재화의 생산으로 문명을 발전시키는 곳'이라 정의하며, 사회의 주역은 다름 아닌 제3신분임을 강조했다.
  - 반면 귀족은 존재만으로 특권을 누리는 카스트라 일컫으며, 공동의 법을 지키지 않는 귀족과 특권층을 가짜 국민으로 지칭하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 과거 제3신분은 전국신분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대표를 갖지 못했기에, 그들의 정치권리는 지금까지 무시당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작은 목표는 전국신분회에서 특권층과 똑같은 영향력을 갖는 것이라 주장했다.
  - 더불어 국민만이 헌법을 제정할 권리가 있다.
  - 제3신분이 정치적 권리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전국 신분회에서 귀족, 종교인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제3신분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국민의회를 구성하는 것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부는 1789년 전국신분회가 열리게 된 배경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재정 적자를 둘러싼 경제적 문제가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바뀌는 과정이며, 왕정과 귀족 그리고 제3신분 사이의 갈등과 그들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특히 시에예스 신부의 책 「제3신분은 무엇인가?」에 대해 저자는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제3신분이 지금까지 겪었던 문제와 현실의 상황을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그들이 전국 신분회에서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계몽사상에 물든 일부가 절대왕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제3신분은 무엇인가?」는 국민의 대다수인 제3신분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함과 동시에 국민의식이 성장할 수 있는 일종의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한편 3부에서도 글의 편집에 대한 부분은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든다. 특히 신분별 투표와 개인별 투표의 차이점을 책의 후반부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글의 흐름상 의미를 짐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분별/개인별 투표의 정의를 정확하게 한 후 글을 이어갔다면 조금 더 매끄럽게 글을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음 글에서는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고 1권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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