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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사의 서막 : <2>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본문

기록하고 싶은 '비문학'/대서사의 서막(주명철 著)

대서사의 서막 : <2>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Geronimo 2021. 3. 15. 01:30

01

 

지난 글에 이어 주명철 교수의 '대서사의 서막' 2부를 읽고 글을 쓴다. 1부는 앙시앵레짐, 즉 프랑스혁명 이전 구체제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지리/정치/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본 내용이 주를 이룬다. 2부에서는 혁명 당시 프랑스를 통치하던 루이 16세와 그의 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차례>

  01. '앙시앵레짐'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 <1> 대서사의 서막_1

책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솔직하게 밝히고 넘어가려 한다. 필자는 해당 책을 2017년 여름에 구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추측컨대 2017년 당시 어떠한 필요 또는 관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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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03. 루이 16세 즉위부터 전국 신분회 소집까지


1774년 루이 16세는 그의 할아버지인 루이 15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앞날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ㅇ 적자 상태의 국가재정
  - 프랑스는 루이 15세 시기 폴란드 왕위 계승 전쟁(1733~1738), 오스트리아 황위 계승 전쟁(1740~1748), 7년 전쟁(1756~1763)을 겼었다.
  - 전쟁에서 패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일종의 혜택을 받지 못했고, 3차례의 전쟁을 치르면서 국가 재정 또한 궁핍했다.

ㅇ 능력(?)이 부족한 왕 그리고 부정적인 시선
  -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섭정의 도움을 받은 루이 15세와 달리, 만 20세를 앞두고 왕위에 오른 루이 16세는 직접 통치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왕세자 신분일 때 어전회의에 참석했던 경험이 없어 통치에 대한 경험이 미숙했다.
  - 여기에 교황 지상권 주의를 추구하는 예수회 주의자와, 교황권에서 벗어나려는 프랑스 국교회 주의자 사이의 깊은 갈등도 사회에 존재했다.
  - 고등법원의 권력, 영향력이 커져 상대적으로 왕권이 약화된 상태였다.
  -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아내로 맞이했으나, 그녀를 추천한 슈아죌 공작이 권력투쟁에서 패배하여 권력층 내에서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ㅇ 하물며 왕의 신성성도 의심받기 시작했다.
  - 특히 루이 15세 치세 시기부터 이러한 경향이 나타났다.
  - 루이 15세는 여자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이에 대한 여러 소문은 의도와 무관하게 왕의 정통성에 조금씩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 더군다나 루이 15세가 상대했던 여성이 귀족, 평민, 창녀로 점점 신분이 낮아지면서 그의 평판이 낮아졌고, 대중이 가지고 있는 절대군주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 여기에 루이 15세에 대한 소문은 인쇄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더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기에, 절대왕정의 중요한 요소인 신권을 가진 왕의 신성성은 더욱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 비록 루이 15세 시기 왕의 신성성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의 뒤를 이은 루이 16세는 제도적으로 절대군주였으며, 여전히 신성한 존재로 간주되었다.

ㅇ 또한 왕권과 고등법원의 정신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되었던 '브로타뉴 사태(또는 라 샬로테 사건)'과 왕권에 도전하던 고등법원에 개혁을 실시한 '모푸 정변'으로 인해, 루이 16세와 고등법원은 애매한 관계에 놓인 상태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책의 1부에서 여러 요소가 장기간 엮여 만들어낸 앙시앵레짐을 설명했다면, 2부에서는 루이 16세 즉위 직전 또는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2부는 '루이 16세가 마냥 좋은 상황에서 왕위에 올랐던 건 아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부의 중후반부에서 서술되는 브로타뉴 사태, 로푸 정변을 설명하기 위해, 초반부에는 루이 16세의 주위에서 조언하던 대신(신하) 그리고 고등법원에 대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역사서의 성격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상 그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동감하는 바이지만, 너무 장황하게 늘어지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강하게 받았다. 반면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혼인 과정과 당시의 분위기를 서술한 부분은 신선했다.

한편 좋은 느낌을 받았던 1부와 달리, 개인적으로 2부는 글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프랑스혁명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당시 시대의 상황, 배경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는 저자의 취지는 이해하겠으나, 이를 독자가 잘 이해하게끔 글로 구성하는 것 또한 책의 중요한 구성요소라 필자는 생각한다. 저자의 본업이 작가가 아니기에, 위와 같은 부분이 미흡했다면 출판사의 편집자가 조금 더 감수와 편집에 신경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더불어 아래와 같은 부분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148페이지 내용 중에서>
1770년 4월 21일 토요일, 오스트리아 대공녀 마리아 안토니아 요제파 요아나는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의 품을 떠나 프랑스로 향했다. 5월 7일 아침, 그는 라인 강의 섬에 프랑스 측이 새로 지은 건물로 들어가 오스트리아의 옷과 장신구를 모두 벗었다. .... 열네 살 반짜리 소녀는 프랑스 땅으로 첫발을 디뎠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내용인데, 글의 중간 부분에서 대명사 '그'를 사용하고 있다. '그녀'라고 하면 조금 더 매끄럽게 글이 읽히는데 왜 '그'라고 되어 있는지 강한 궁금증을 품었다. 심지어 글의 아래에서는 소녀라고 정확하게 언급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남녀 구분을 하는 것이 조금 민감하지만, 대상이 명확한데 애매모호한 말을 사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3부의 제목은 '루이 16세 즉위부터 전국신분회 소집까지'인데, 프랑스혁명의 직접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1부에서는 좋은 느낌, 2부에서는 조금 지루한 느낌을 받았는데, 3부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필자를 만족시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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