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Homo Deus) : <2> 인류세
호모 데우스(Homo Deus) - 미래의 역사 | 유발 하라리(지은이) | 김영사
<목차>
프롤로그 : 1) 인류의 새로운 의제
제1부 :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 인류세
3) 인간의 광휘
제2부 :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4) 스토리텔러
5) 뜻밖의 한 쌍
6) 근대의 계약
7) 인본주의 혁명
제3부 :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8) 실험실의 시한폭탄
9) 중대한 분리
10) 의식의 바다
11) 데이터교
ㅇ 다른 동물들과 비교했을 때, 인간은 오래전에 신이 되었다.
- 지구에 생명이 출현한 이래, 단일종이 지구 생태계를 변화시킨 일은 없었다. 지난 7만 년간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생태계의 독보적 변인이 되었으며,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인류세(Anthropocene)'라 지칭하기 시작했다.
- 지구는 많은 생태계의 집합이었으나, 사피엔스는 지구를 독립적인 생태구역으로 나누던 장벽을 깨뜨렸다. 즉, 인류세에 지구는 최초로 단일한 생태적 단위가 되었다.
- 모든 생물은 지금까지 자연선택의 불변 원리에 따라 진화하였고, 유기적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자연선택을 지적 설계로 대체하고, 생명을 유기적 영역에서 비유기적 영역으로 확장할 태세를 취하며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고 한다.
ㅇ 원시시대 수렵채집인들은 인간과 여타 동물들을 나누는 본질적 간극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그들은 애니미즘을 믿었으며, 이로 인해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동, 식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가치와 규범이 생겨났다.
- 실제로 현대까지 살아남은 일부 수렵채집인 부족에게서는 지금도 애니미즘 세계관을 관찰할 수 있다.
- 그러나 오늘날 인류는 동물이 우리와 본질적으로 다른 열등한 존재라 생각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전통들조차 수렵채집 시대가 끝난 후 수천 년이 지난 뒤에 생겼기 때문이다.
ㅇ 인류는 언제부터 본인들과 동물을 구분하기 시작했을까?
- 농업혁명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제시했다.
- 더불어 농업은 새로운 형태의 생물인 가축을 탄생시켰으며, 인간은 오랜 시간에 걸쳐 대형동물의 약 90%를 가축화할 수 있었다.
- 한편 가축들은 종(種)이라는 집단으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개체 수준에서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가축은 본인의 육체적, 정서적, 사회적 욕구 등을 무시당한 채 사육되고 있다. 심지어 가축들의 욕구, 필요를 무시해도 인간, 농장주들은 손해 보는 것이 없다.
- 즉, 농업혁명은 동물들의 주관적 필요를 무시하면서도 그들의 생존과 번식을 확보할 힘을 인간에게 주었다.
ㅇ 동물의 감정, 욕구 등을 고려하는 것은 '동물의 인간화'와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 아니다.
- 감정은 인간만 가진 것이 아니며, 모든 포유류가 공유하는 성질이다.
- 최근 생명과학자들은 감정이 모든 포유류의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생화학적 알고리즘임을 밝혔다.
- 물론 인간의 모든 감정을 동물들이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반대의 명제 역시 성립한다.
- 여러 실험을 통해 어미의 사랑과 어미, 새끼 사이의 유대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포유류가 공유하는 특징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부분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필요, 욕구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가축을 키우고 있다.
ㅇ 농부들은 유신론적 종교의 미명 아래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 유대교, 힌두교, 그리스도교 같은 종교들의 초기 신학 이론, 신화 등은 재배식물 및 가축들과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 그러나 유신론적 종교는 세상을 신과 인간, 단 2명이 주인공인 무대로 바꾸었다. 유신론적 종교에서 신은 인간에게 특별한 점을 부여하는 존재이자, 인간과 유기체 사이의 중재자 임무를 수행했다. 인간이 신과 맺은 농업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안 다른 동, 식물은 소위 엑스트라가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가축화를 정당화하는 바탕이 되었다.
- 자이나교, 불교, 힌두교와 같은 일부 종교에서는 인간과 생태계 나머지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중요시하거나 동물 친화적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인간이 우월하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통제하고 이용할 자격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부분에서, 여타 다른 전통 종교들과 큰 차이점은 없다고 볼 수 있다.
- 과거 대부분의 농경사회에서 인간은 단순히 재산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물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ㅇ 근대 과학과 산업의 발전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한 층 더 변화시켰다.
- 농업혁명이 인간과 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면, 과학혁명은 세상을 인간만 등장하는 1인극의 무대로 만들었다.
- 더불어 농업혁명 이후 유신론적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듯이, 과학혁명은 인간이 모든 의미와 권위의 원천임을 강조하는 인본주의 종교를 탄생시키며 신을 인간으로 대체했다.
- 현대 과학과 기술이 신을 능가하는 힘을 인간에게 부여하게 되면서, 현재의 농장주들은 전통적인 농업사회의 조건들보다 더 극단적인 환경에서 가축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p.115) 자신들이 실제로 파충류에서 진화했음을 알았을 때, 근대 인류는 신을 거역하고 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으며, 신의 존재를 더 이상 믿지 않았다.
(p.130) 육류업계와 낙농업계는 포유류 세계의 근본인 정서적 유대를 끊으며 출반한다. ...... 새끼 돼지와 송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떨어져, 어미의 젖꼭지를 빨아보지도 못하고 어미의 혀와 몸의 따스한 온기를 느껴보지도 못한 채 성장한다. 해리 할로가 몇백 마리 원숭이들에게 했던 짓을, 육류업계와 낙농업계 종사자들은 매년 수십 억 마리 동물들에게 하고 있다.
(p.141) 생명공학, 나노기술, 그밖에 과학의 열매들이 무르익으면, 호모 사피엔스는 신 같은 힘을 얻어 다시 원점인 성경의 선악과로 돌아갈 것이다. 원시시대 수렵채집인들은 또 하나의 동물 종에 불과했다. 농부들은 자신들을 창조의 정점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리를 신으로 업그레이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