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Homo Deus) : <1> 인류의 새로운 의제
호모 데우스(Homo Deus) - 미래의 역사 | 유발 하라리(지은이) | 김영사
<목차>
프롤로그 : 1) 인류의 새로운 의제
제1부 :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 인류세
3) 인간의 광휘
제2부 :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4) 스토리텔러
5) 뜻밖의 한 쌍
6) 근대의 계약
7) 인본주의 혁명
제3부 :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8) 실험실의 시한폭탄
9) 중대한 분리
10) 의식의 바다
11) 데이터교
ㅇ 최근까지 인류가 당면했던 첫 번째 과제 : 기아
- 비교적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인간은 자칫하면 '생물학적 빈곤선' 아래로 떨어져 영양실조, 굶주림을 경험했다. 자연재해, 집단 수준에서 일어난 불운이나 실수는 대규모 기아를 초래하기도 했다.
- 하지만 지난 백여 년 동안 경제적, 기술적, 정치적 발전에 힘입어 사회 안전망이 튼튼해졌고, 이에 인류는 '생물학적 빈곤선'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 일부 지역에 대기근이 닥치기도 하지만, 이는 이례적으로 드문 일로 간주된다. 그리고 그 원인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대부분 정치적 문제로 인한 인재였다.
- 오늘날 우리는 점심을 거르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단식,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굶주림을 경험하는 사람은 있지만, 실제로 굶어 죽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 오히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아보다 과식이 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ㅇ 최근까지 인류가 당면했던 두 번째 과제 : 역병(전염병, 감염병)
- 생활의 중심지인 도시는 병원균의 이상적인 번식처였다.
-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질병이 나쁜 공기, 악마의 힘, 신의 분노 등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요소로 인해 생긴다고 믿었다.
- 14세기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16세기의 멕시코, 18세기의 하와이에서는 유럽인을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 병원균으로 인해 많은 수의 원주민이 사망했다.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세기에도, 무려 1억 명에 가까운 사람이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
-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의 경우 전염병에 취약했으며, 20세기 초까지 어린이의 약 1/3이 영양실조에 질병이 겹쳐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했다.
- 인구 증가, 교통 시설의 발전은 인류가 과거에 비해 전염병에 더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 지난 몇십 년 동안 전염병의 발생률과 피해는 극적으로 감소했다. 그 이유는 20세기 의학이 예방접종, 항생제, 위생 개선, 더 나은 의학 인프라 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 사스, 조류 인플루엔자, 신종 플루, 에볼라와 같은 전염병이 세계적 확산 조짐을 보여 몇 년에 한 번씩 인류를 불안에 떨게 하지만, 그 피해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었다.
- 오늘날 전염병은 과거에 비해 큰 위협이 되지 않으며,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은 암, 심장병과 같은 비감염성 질환으로 죽거나 단순히 노환으로 죽는다.
- 물론 미래에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운에 의해 병원균의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속도보다, 축적된 현대 의학 지식을 활용하여 인류가 더욱 효과적인 약과 치료법을 개발하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의학은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 그럼에도 미래에 특정 전염병이 확산된다면, 그 원인은 자연재해, 신의 분노 등으로 해석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인류는 이미 전염병의 확산을 예방할 수 있는 지식과 도구를 가지고 있으므로, 문제의 원인은 '인간의 무능'으로 평가되어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 만약 미래에 전염병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린다면, 이는 무자비한 이념을 위해 인류 스스로가 그런 병을 창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ㅇ 최근까지 인류가 당면했던 세 번째 과제 : 전쟁
-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전쟁을 당연한 일로 여겼고, 평화는 일시적이고 위태로운 상태로 간주했다.
-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쟁은 드문 일이 되었고, 전쟁이나 폭력의 결과로 죽는 사람의 수보다 자살, 당뇨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
- 핵무기의 등장은 무력 충돌보다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지식이 중요한 경제적 자원으로 등장하면서 전쟁의 채산성은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 예외적으로 중동, 중앙아프리카와 같은 물질 기반 경제를 운영하는 지역 일부에서만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 전쟁이 드물어지면서 '평화'라는 말은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과거에는 평화를 일시적인 전쟁 부재 상태로 생각했다면, 오늘날의 평화는 전쟁을 생각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ㅇ 대대로 인류는 수없이 많은 도구와 제도, 사회 시스템 등을 발명했으나, 지난 수천 년 동안 기아, 역병, 전쟁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였다.
- 과거에는 기아, 역병, 전쟁을 신의 거대한 계획, 불완전한 인간 본성의 일부로 인식하였고, 인류는 이 문제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 그러나 최근 몇십 년 동안 인류는 이 문제들을 그럭저럭 통제하는 데에 성공했다. 물론 완전한 해결이 아닌, 능력 여하에 따라 이 문제들을 통제 및 관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 그렇다면 앞으로 인류가 고민하거나 해결해야 할 새로운 의제 혹은 다음 목표는 무엇이 될까?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ㅇ 21세기 첫 번째 과제 : 불멸(죽음의 극복)
- 불멸을 위한 도전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
- 유엔(UN)이 채택한 세계 인권선언은 생명권이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임을 밝혔다. 죽음은 이 근본적인 가치에 반하는 것이므로, 죽음을 회피하고 불멸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 과거 전통 종교, 이념 등은 세속적인 것 위의 어떤 존재를 상정하며 죽음에 관대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의 일부 종교에서는 내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죽음이 이 세계에 필수적이고 긍정적인 요소임을 강조했다.
- 하지만 현대의 과학과 문화는 죽음을 형이상학적 신비로 간주하지 않으며, 오히려 죽음을 해결해야만 하는 '기술적 문제'로 여기며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 태도를 바꾸었다. 아직은 모든 기술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되어 유전공학, 재생의학, 나노기술 등의 분야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목표는 자연 수명을 늘리는 것이 될 것이며, 인간의 자연 수명이 늘어난다면 인간 사회는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 하지만 현대 의학은 사실상 인간의 자연 수명을 단 1년도 연장하지 못했다. 20세기 초 인간의 기대 수명이 40세를 넘지 않았던 것은, 많은 사람이 영양실조, 질병, 폭력 등으로 일찍 죽었기 때문이다. 암, 당뇨병과 같은 사망 원인을 극복하더라도, 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 호모 사피엔스의 자연 수명인 70~80대까지 삶을 의미할 뿐 자연 수명이 연장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이에 자연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체의 기본 구조 및 과정들을 재설계하고, 인체 기관과 조직을 재생하는 방법을 알아야 할 것이다.
ㅇ 21세기 두 번째 과제 : 영구적인 행복
- 수많은 사상가는 생명 자체가 아닌 행복을 최고선(善)으로 규정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개인의 노력으로 행복 추구를 강조했지만, 현대의 사상가들은 이를 집단의 과제로 간주한다. 18세기 말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최고선으로 선언했고, 국가, 시장, 과학계가 추구해야 할 단 하나의 목표는 세상 모든 사람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
- 그러나 국가는 국민의 행복이 아닌 국력 키우기(영토 확장, 인구 증가, GDP 증대 등)에 집중했다. 이와 더불어 국민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국가는 인정하였으나, 그 과정에 국가는 간섭하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국민의 행복 보장을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 오늘날 개인의 행복은 그 중요성이 커졌다. 행복 추구권은 은연중에 행복할 권리로 바뀌었으며, 이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이전에 비해 강해졌다. 과거 국력 키우기에 이용되었던 국가의 도구와 제도는 이제 개인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며, GDP보다 GHP(국내 총 행복 : Gross Domestic Happiness)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생겼다.
- 그럼에도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우리는 행복해지지 않았다. 물질적 성취만으로는 만족이 오래가지 않으며,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도와 만족감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선진국의 자살률이 전통 사회보다 높다는 사실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심리학적인 것과 생물학적인 것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심리적 측면에서 보면 행복은 객관적 조건보다 기대치에 달려 있으며, 실제와 기대치가 일치할 때 우리는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조건이 나아질수록 만족감이 아닌 기대치가 높아지기에 행복을 성취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 생물학적 측면은 생화학적 조건에 의해 우리의 어떤 신체 감각이 우세한가에 따라 행복과 고통이 결정된다고 바라본다. 그러나 우리의 생화학적 기제는 쾌락을 보상으로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진화했을 뿐, 행복을 위해 적응하지 않았다.
- 따라서 영구적인 만족, 행복을 확보하려면 우리의 생화학적 기제를 조작하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정신과 치료나 약물, 술 담배, 마약 등을 활용하여 쾌감을 얻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쾌감에 대한 갈구 자체를 없애는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고자 노력한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현재의 인류는 생화학적 해법을 활용하여 행복을 확보하는 방향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ㅇ 21세기 세 번째 과제 : 신성(Divinity) 획득
- 불멸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신이 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 오늘날 인간이 신이 되기 위한 주된 방법으로는 생명공학(유전암호, 뇌 회로, 생화학 물질의 균형 등을 바꾸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새로운 인류 만들기), 사이보그 공학(유기체를 비유기적 장치와 융합), 그리고 비(非) 유기체 합성 등이 거론된다.
- 수천 년 동안 도구와 제도 등은 발전하였지만, 우리는 인류 자체와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만약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마음을 재설계할 수 있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사라지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그 과정과 미래의 모습을 지금 구체적으로는 예상할 수 없지만, 전반적인 방향은 호모 사피엔스가 신처럼 창조하고 파괴하는 힘을 획득하여 호모 데우스(Homo Deus)로 진화,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이다.
- 호모 사피엔스는 한 단계씩 로봇, 컴퓨터와 융합하여 점진적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며, 먼 훗날에는 고대의 신들을 능가하는 초인간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인류는 초인간의 등장에 대하여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의 성능을 높이려는 시도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며, 이러한 흐름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더불어 오늘날 무한 성장에 기반을 둔 경제에는 끝나지 않는 프로젝트가 필요한데, 불멸, 행복, 신성은 이러한 프로젝트로 안성맞춤이다.
(p.15) 역사상 처음으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이 못 먹어서 죽는 사람보다 많고, 늙어서 죽는 사람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보다 많고, 자살하는 사람이 군인, 테러범, 범죄자의 손에 죽는 사람보다 많다.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가뭄, 에볼라,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죽기보다 맥도날드에서 폭식해서 죽을 확률이 훨씬 높다.
(p.76) 인간이 신성을 얻고자 할 거라고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그런 업그레이드를 갈망한 만한 이유가 많고 그것을 달성할 방법도 많기 때문이다.
(p.92) 역사 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우리를 지금 여기로 이끈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을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생각과 꿈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깨닫고, 다른 생각과 다른 꿈을 품을 수 있다. 역사 공부는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하라고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