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물질의 물리학' 종합 감상평
물질의 물리학 -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 한정훈(지은이) | 김영사
<차례>
1. 최초의 물질 이론
2. 꼬인 원자
3. 파울리 호텔
4. 차가워야 양자답다
5. 빛도 물질이다
6. 양자 홀 물질
7. 그래핀
8. 양자 자석
9. 위상 물질 시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서와 전공 서적의 차이는 무엇일까? 복잡한 수식의 유무일까? 즉 많은 수학 공식이 등장하면 전공 서적이고, 공식보다는 개념과 그 결과를 이야기로 서술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대중서일까? 특히 자연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면, 복잡한 수식이 등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과학에서 수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책에도 수식은 등장하지만(대부분의 수식은 물질의 이중성을 다루는 5장에 집중되어 있다) 교양서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인 성균관대 한정훈 교수는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복잡한 수식이 없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저서인 「물질의 물리학」을 통해 증명하였다. 이전 글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물질물리학은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고 나면 '물질물리학은 이런 것을 연구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어렴풋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질의 물리학」은 저자가 고등과학원이 운영하는 웹진 <호라이즌>에 연재한 글을 정리한 책으로, 대다수의 물리 교양서가 다루는 내용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많은 사람이 관심 있을 만한 우주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미치오 가쿠의 「평행 우주」와 같은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주제를 다루기에, 섣불리 책을 펼치거나 구매하는 것에 머뭇거리는 자신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초전도체, 초액체, 양자 홀 물질, 위상 물질 등 양자적 특징이 독특하게 나타나는 물질에 관한 이야기에 어느샌가 빠져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틀은 '숫자로 표현 가능한 물리 현상'이라 생각한다.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 톰슨의 원자 모형, 플랑크의 흑체복사 해석, 홀 현상의 양자해석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현대 물리학에서 위상수학적 양이 중요한 개념 중 하나임을 설명하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수학의 실해석학과 복소해석학 분야만이 물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해석학뿐만 아니라 위상수학, 대수학도 물리학과 연결점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최신 자연과학의 트렌드는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현상을 해석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개인적으로 이공계 대학생 이상의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물질물리학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물리학에 지식이 없더라도 책을 읽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행여 책을 펼치기가 겁이 난다면, 고등과학원 웹진 <호라이즌>에서 저자가 쓴 글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의 연구 분야를 비롯해 개인적인 일화도 쓰여 있으니, 한정훈 교수를 통해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양자 물질을 조금이나마 친근감 있게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